그답다

유명인으로서의 생활과 사적생활을 철저히 구분해서 사생활을 스스로 통제해왔던 그답다.
다만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순간이 아니라 끝난 이후에 대중들에게 노출된 것이 안타깝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그의 고통에 대해 걱정될 뿐이다.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공적인 이익”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연예인의 사생활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안주거리 삼고 싶은 사람들이 늘상 입에 담는 그 “공인”이란 말이 나는 참 웃긴다.
당신들이 “공인”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대상은 뮤지션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며 장관들이며
줄곧 직무유기중이신 저 높으신 분들이다.

그는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자신의 사생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항상 인터뷰에서 밝혀왔다.
평소 지론대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나는 그답다고 느껴지고 그저 그가 좋은 음악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는 소리를 찾는 작업에 대해 묵묵히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찜찜한 것은 그녀측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바른”이 BBK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고 금산분리법 완화 같은 중대한 정치적 사안들이 묻히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환멸을 느낀다.

……

무수한 퍼즐맞추기 같은 그의 음악적 실험에 이런 의문을 가진 시기가 있었다.
아주 작은 퍼즐조각 같은 무수한 소리들의 응집과 정교한 자리배치를 통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퍼즐들의 조합으로 기승전결과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법이 그저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굳이 이러한 작법을 선택하지 않은 여타의 음악들과 다른 의미있는 지점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이에 대해 자신도 끊임없이 질문했을 것이고 매 앨범마다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특히 8집에서 더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것 같아 안도했었다. 이것은 음악적인 그의 대답이다.
7집부터 점점 미스테리가 심해져 8집에 이르러 초현실주의로까지 발전할 만큼 풀리지 않던, 그가 가사로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들도 이번 일로 인해 8집에 와서 얼마나 많은 해답을 주고 있는지 느낄 수도 있다.
이번에 알려진 사실대로라면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작업되었을 8집에서 이런 대답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쓰라리기도 하고, 음악인 서태지를 응원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저 사람으로서 나의 작은 소망이 있었다면 그가 자신과 상대와 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든 공개하든
마음을 나누고 위안이 되는 상대와 살아왔기를, 그리고 살아가기를 바랐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알려지게 된 게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역시.
나는 그의 노래와 음악생활을 통해 대답을 듣고 있으니 다른 추문은 나의 영역이 아니며
더더군다나 그의 음악에 눈꼽만큼도 관심 없는 이들의 영역은 더더욱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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