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 읽기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 2008년 6월
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서울, 골목길 풍경
임석재 지음 / 북하우스 / 2006년 3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김열규 외 지음, 김병훈 사진 / 눈빛 / 2004년 5월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영국의 독서 교육 – 대교아동학술총서
김은하 지음 / 대교출판 / 2009년 7월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 – 런던 아줌마 김은영의 페어플레이한 영국도전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09년 3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1.

한동안 한쪽에 꾸역꾸역 밀어넣은 욕망;;들이 만만치 않았나보다.
전엔 한 번에 한 권씩 그 이상이어도 한 번에 두권씩 읽어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한 번에 열 권 이상씩 사서 동시에 서너권씩 붙들고 교차읽기를 하게 된다.
하나만 꾸준히 읽기엔 내 집중력이 맛이 가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욕심이 끌어넘쳐 하나 끝나기 전에 다른 걸 열어보지 않고는 못 배겨서일 수도 있고.

근데 이게 의외로 괜찮다.

하나 읽다가 “어?” 했던 내용이 다른 거 읽고 나서 돌아오면 “아!” 하며 거리를 좁혀 다가오기고 하고

관련 없는 책들끼리인 것 같아도 용케도 어떻게든 지들끼리 관련 맺고 주고받는다.

예컨대

<거꾸로 희망이다>에서 자본주의의 속성이 가진 모순 때문에 자본주의 안에서는 공황을 없앨 수가 없다고 역설하는 경제학자 김수행의 글을 읽다 보면 폴 크루그먼의 만만치 않은 책 <미래를 말하다>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의 얄미운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시민결합 파트너인 예술가 희완이 프랑스의 시골에서 수십년간 실험하고 있는 갸를롱 프로젝트와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말하는 ‘생태적 상상력(<거꾸로 희망이다>)’ 사이를 생각하게 되고,

건축가 임석재가 사진기 들고 부지런히 발로 뛰며 직접 그려낸, 얼마 남지 않은 서울의 골목길을 맛깔나게 담은 <서울, 골목길 풍경>을 읽다가 언제고 뉴타운으로 탈바꿈되어 냉정하게 해체될 골목의 운명에 허하다보면, <거꾸로 희망이다>에서 김수행이 말하는 한국의 부동산 파이낸싱 문제가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2.

물론 이 모든 일은 열음이가 잠들고 난 시간에만 가능한 것들이다.
누가 말했나,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를 책읽기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열음인 아직 아가라서 그런지
우리가 책 읽는 걸 보면 야무진 표정으로 다가와 단호하게 덮어버린다.
자기한테만 관심 가지란 거다. 자기 외에 다른 것에 관심 갖는 걸 결코 용납지 않는 열음이는 우리가 누워 있거나 책 읽거나 하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끌어당겨 일으켜세운다.
언젠가는 열음이 손에 머리카락을 끌어잡혀 혼나지 않으면서 우리 셋 나란히 앉아 책 읽는 날이 올까.

Comments on this post

No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