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설거지는

요즘 우리집 설거지는 열음이가 한다-.-

얼마 전 열음이한테 “엄마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요거 먹고 있어요” 하니 “네~” 씩씩한 열음이 대답.

(이것도 장족의 발전이다. 열음이는 우리 화장실도 못 가게 붙잡고 보채던 아기였다.)

다녀와 보니 식탁의자를 싱크대 앞에 밀어붙여 올라 서서 씨익~ 웃으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자부심 가득한 저 표정.

밥 먹고 난 그릇들을 물에 담가두었으니 딱딱한 밥풀들은 어느 정도 풀어져 있었을 테고, 열음이는 수세미에 세제까지 풀어 아주 요렇게 조렇게 박박 돌려 닦고는 수도 틀어 흐르는 물에 잘 헹궈서 선반 위에 올려 놓는 일까지 하고 있다.

맙소사.

이것이 우리의 무한한 허용와 인내의 결과로구나. @.@

18개월 열음이의 완벽한 설거지. 정말로 거짓말 안 보태고 그 설거지는 내가 다시 할 필요 없이 완성이었다.

10개월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설거지 할 때 자기두 식탁의자 붙여 놓고 옆에 항상 서 있었고,

우리가 요리 할 때도 역시 식탁 의자 옆에 놓고 도마 위에 호박이나 당근 올려놓고 써는 시늉.

처음부터 이리 된 건 아니고, 우리가 싱크대 쪽으로만 가면 자기도 하겠다고 난리치는 이녀석을 허용해야 하나 아니면 못 오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지금 나의 가치관으로는 당연히 허용하는 게 좋다. 아이한테는 이 모든 게 세상 공부고 발달이다. 그러나 그 때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던 초보 시절;;)

어쨌든 어느 날부턴 항상 우리 옆에 서 있던 이열음씨와 함께 접시도 여러 개 날아가고, 주방은 여러 번 물바다 되고 하기를 수개월.

지금은 자기가 알아서 물 세기까지 조절하고 설거지도 헹굼, 진열까지 끝내놓는 상태가 되었으니,

아..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게 이런건가-.-

유난히 청소와 설거지를 좋아하는 이열음. 젖은 수건만 있으면 서랍장이며 책장이며 바닥이며 구석구석 야무지게 닦더니, 남들과 식당에 가도 일단 행주 들고 쓱쓱 닦는 통에, 사람들에게 열음이 알바생으로 취직했냐는 농담 많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하루에 한 번 꼴로 주방 물바다 만들고 있긴 하다.

그나마 각종 그릇에 물 가득 부어서 바닥으로 확 쏟아버리려는 욕망을 조절하느라 자기도 많이 참고 있는게 보이니, 이 정도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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