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눈을 들으니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그예쁜 꽃으로 딱 한 번 울거야
밤을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 텐데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그 예쁜 꽃을 네게 줄거야
정규앨범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살다가 ‘아침의 눈’을 들었다.
모든 첫사랑에게 주고픈 아련한 감성을 가진 노래다.
귀 뒤에 이어폰을 숨기고 듣다가 책상위에 엎드려 울게 만들던 첫사랑이 된 노래.
문제집을 풀며 읽다가 가슴이 들큰해져 와 시야를 흐려지게 만들던 첫사랑이 된 시.
고딩짜리 애한테 헤어짐의 숨막힘을 알게 했던 노래하던 첫사랑 당신.
매일 같이 누워도 문득 그리워지는 해사하던 스무살 그 때의 첫사랑 그대.
언젠가 나를 채운 물이 더이상 너를 채운 물과 흐름이 같지 않아서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날에.
무수히 많은 에너지가 교차하고 흩어지는 이 넓은 우주에서
나와 그대가, 나와 네가, 나와 당신이 서로를 알아본 건 은혜로운 일이다.
8집의 어떤 곡보다 정적이고 빈티지한 느낌도 있다. 어떤 부분에선 어수룩하게 들리는 목소리. 나 이런 거 좋은데.
태지에게서 빈티지한 사운드-감성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 가슴이 뛴다.
사운드의 결들을 세심하게 만져 무수한 (의미없을 것 같은) 소리들을 겹겹이 쌓아올려 비범한 지점에서 의미있는 감성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그의 많은 노래들.
‘아침의 눈’에는 그의 앨범 속 어떤 화려하고 찬란한 사운드나 마치 홀로그램을 청각화한듯 사운드의 무아지경을 선사하는 그의 많은 노래들과는 조금 다른
소박하고 복고적인 중독성이 있다.
이어폰을 꼽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언젠가 사라질 우리의 가슴 뛰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듣고 싶은 노래.
……………..
나를 채운 물과 그 흐름이 같은 나의 연인들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정규앨범 ATOMOS Thanks to 중에서
공개연애질 ㅉㅉㅉ
시큰하게도, 팬들이 그를 생각하는 것보다 그가 팬들을 생각하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자신과 주파수가 같은 팬들을 상대로 하는 언어 말고 다른 언어로 쓰라고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그는 오직 그 흐름이 같은 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야 다시 새노래를 쓰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 같다. 그래야 살아지는 사람에게 사람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는 건 참으로 무색한 소리다.
그냥 ‘노래’를 바친다고 썼어도 모든 소쿨족들을 오그라들게 만들만큼 과한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쓰다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무수한 우주의 비밀들과 그 비밀들 가운데서도 기어코 만나게 된 자신과 흐름이 같은 물로 채워진 이들. 그리고 언젠가는 흐름이 같던 물도 비워지고 메마르고 사라진다는 것.
그래도 언젠가 눈은 녹고 사라져 첫 번째 비가 오게 되더라도 우산 가득 펼쳐 빛났던 순간들을 예우할 것이라고 말하니, 안심이 된다.
………………
싱글에서 이미 발표된 노래들도 이번 앨범에서 다른 식으로 새롭게 매만지면서 좀더 어쿠스틱해지거나 좀더 빈 공간감을 많이 머금거나, 조금 정적인 노래들을 바뀌기도 해서 편안하기도 하다.
싱글에서도 젤 좋아했지만 이번 앨범의 어쿠스틱한(이런 표현이 아주 적절한 건 아닌 것 같은, 그는 nature라 라 명명했지만) ‘coma’도 좋다. 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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