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컨디션이 정상일 때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컨디션이 난조일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닐까..”

‘계획하는 일마다 좌절이고 쉬운 일조차 성과가 안 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푸념을 내뱉는 내게,
그래도 오늘 하려고 계획했던 일은 아주 조금이라도 하고 자라고 다독(;;)이는 ornus의 말. 

컨디션이 정상일 땐 이런저런 일을 벌이다가도
컨디션이 난조일 땐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폭이 깊은 내게
ornus는 좀.. 경이의 대상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오버하지도 그렇다고 다운되지도 않는다.
그냥 항상 매일 하는 일을 매일 성실을 다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열음이 씻기고 놀아주고 밥 만들어서 먹이고 쓰레기를 버린 후 출근한 후
(회사에서 어떻게 사는지는 내가 추측할 길은 없고)

돌아오면 다시 열음이와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나랑 같이 하루 있었던 일 수다 좀 떨고 욕도 좀 하고, 가끔은 내 꼬임으로 영화를 같이 보다가 울기도 하고,
하던 서핑을 조금 하다가 재밌는 거 찾으면 (서핑하느라 바쁜 내게 꼭) 구경시켜주고 나서 내 반응이 시큰둥해 상처받은 후,
읽던 책을 읽고 해오던 공부 하다가 곯아떨어지는 그런 하루하루.
나는 열음이가 잠이 잘 안 와 늦게 자거나 하면 초조해지는데 ornus는 그저, 그럼 오늘 가질 자유시간을 조금 줄이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속으론 자기도 초조할지도-.-

이런 하루를 망치는 건 상사의 들볶음이나 야근크리가 닥쳐올 때.
.
.

아무튼 나는 그의 조언을 감사했으나
실천하지는 못한 채 오늘 할 일은 건너 뛰고
읽을 계획에 없던 글을 수십장 읽어대다가 잔다.
.
.

*뱀다리:
오늘도 내 결론은 나질 않는다.
풀타임 직장일을 하지 않아 시간은 많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니 노동강도는 매우 큰 요즘..
과연 가을에 동네 대학에서 하는 하고 싶던 과정 수업을 들어도 되는가, 안그래도 몸이 힘든데 그런데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되는가.
에효..
차라리 ornus가 자기 일과 자기 여가밖에 모르는 남편이었으면
나도 이기적이 되리라 하며 눈 딱 감고 즐길텐데
매일을 성실히 자기 몫 이상을 부담하고 있으니 쉽지가 않다.

Comments on this post

No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