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넌 무에냐..

이번 싱글 포스터의 줄리엣 이미지를 데칼코마니화해서 여성의 생식기로 해석한 부분에서 아, 했던 글
http://blog.naver.com/dicagallery?Redirect=Log&logNo=140064531187

8집 첫싱글 발매전부터 이번 두 번째 싱글 발매까지 태지는 일관된 미스테리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이라기보다는 8집의 전곡의 내용(가사뿐 아니라 음악, 곡구성 그 자체, 사운드까지)에 가장 걸맞는 프로모션 스타일을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처럼 시간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비루한 팬 따위는 태지가 던져놓은 몇 가지 수수께끼들을 풀어볼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프로모션이기도 했다.

싱글 1과 싱글 2 사이의 공백기간에는 실종된 서태지를 찾는 MIssing Taiji 퍼즐풀기도 진행되었다.
재치있는 팬들의 재미있는 해석들이 이어졌으나 나는 그저 구경뿐.

태지가 재밌는 점은 수용자에게 굉장히 많은 여지를 남겨주는 텍스트를 던져준다는 거다.
우리는 삽을 파다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지나쳐 안드로메다로 가기도 하지만 가다가 잘하면 웜홀에 빠진 줄리엣이 되어 로미오 서태지랑 싸바싸바 조우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고 말이다.

다른 앨범이 그랬듯 이번에도 겹겹이 쌓인 화음과 변칙적인 리듬들도 인해 노래라기보단 전체적인 사운드로 귀에 들어온다. 구성이 참으로 생경하다.
쪼개진 드럼비트에 얹혀진 멜로디가 언뜻 모아이의 연장선상 같기도 하지만
모아이는 어느 정도 쉽게 귀에 확 감기는 훅이었는데 이번 훅들은 멜로디 자체도 팝적이지 않고 배치도 새롭다.

몇몇 분들이 분석 아주 잘 해 주셨는데

http://blog.naver.com/afx1979/90043708925
http://blog.naver.com/lovingmovie?Redirect=Log&logNo=40063659533
http://newal.egloos.com/
http://lolized.egloos.com/

훅(후렴)이 나와줘야 할 부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의외의 지점에서 터지고
터지더라도 확 터지지 않아 애매한 부분 때문에 다시 플레이를 눌러야 하는 수고로운 곡들이다.
중독적인 훅을 반복적으로 배치해서 노래를 귀에 붙여주려고 안달 떠는 곡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전 앨범들…5,6,7집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곡이구나 느껴지는 건 그간의 음악적 실험들이 쌓였을 때에만 도달할 수 있는 작법을 보여주기 때문일거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한 사람이 10년 넘게(10년이뭐야 근 20년) 한 분야를 파고들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이런 경지를 보면 배도 아프고 질투도 난다.
그러나 태지인데.. 감히 뭐 질투를..

나같은 막귀가 들어도, 이번 앨범에서 완성된 스타일들이 이전 앨범에선 작게 작게 소스로 시도되었다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누군들 줄리엣이고 싶지 않으랴
비루한 우리에게 니가 줄리엣 하렴, 하고 던져준 노래들인데 줄리엣 되기도 쉽지가 않다.

Comments on this post

  1. iizs said on 2009-03-11 at 오후 5:24

    아니 뭐… 남의 팬질에 돌을 던지는 주의는 아니지만… 첫번째 링크의 데칼코마니 이 후 부분은 해몽이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걸요 -_-;;

  2. wisepaper said on 2009-03-11 at 오후 7:35

    하하 그 뒷부분은 저 사람도 과하다고 써놓긴 했지만 전 데칼코마니 해놓은 걸 보고 따뜻하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3. iizs said on 2009-03-11 at 오후 8:04

    뭐. 우리는 마왕님 광고찍었다고 욕하는 인간들이기는 하지요. -_-;;

  4. white said on 2009-03-11 at 오후 9:26

    오래전의 강한 새로움의 느낌은 확실히 숨어들어 있는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듯 자연스럽고 많이 들은 듯 익숙한 느낌 속에 숨어 있는 도무지 경험한 적 없는 생소함…

  5. wisepaper said on 2009-03-12 at 오후 12:23

    소리가 시가 되고 있다고 느낀 마음 공감이네요.. 저는 그의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보지 않아서 어떤 가사인지도 몰라요..

  6. arale said on 2009-03-12 at 오후 12:25

    요즘 팬심은 격하게 아낀다는 게 딱 맞는 거 같어.

  7. wisepaper said on 2009-03-12 at 오후 4:22

    에효 살기도 퍽퍽한데 격하기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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