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 오는 부끄럼 같이
시의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작년 여름부터 종종 흥얼거리는 김영랑 시인의 시~ 노래다~
어릴 적 자랄 때부터 교과서에서 봤던 시이고 노래인지라 나도 모르게 입에 붙어 있던 건데..
열음이한테 불러줄 동요나 동시들을 찾아주면서 더 자주 불러주게 된다.

요즘 엄마들은 미국애들, 영국애들 전래동화나 전래동요 영어로 불러주느라 바쁘다는데..
난 요맘때 아이에게는 부모가 가장 자유로운 언어로(모국어로) 아이의 끝없는 가능성을 건드려주는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이쁘게 창의성있게 활용한 시들을 찾아 읽어주고 노래 불러주고 있다.

돌담에~ 풀아래~ 보드레한~ 실비단 하늘~ 살포시 젖는~
입에 착착 붙는 우리말의 이런 촉감.

이렇게 저렇게 좋은 시, 좋은 노래, 문학작품들을 검색하다보면
본래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갈증이 확 나서
책 쌓아놓은 방에 들어가 몇 권 있지도 않은 1900년대 한국문학책들을 찾아서
쓸데없이 헤매다
또 쓸데없이 자극받아 넋놓고 읽다보면
내가 뭣때문에 이 방에 들어왔는지 까먹고 만다.

얼른 정신차려
우리 열음인 뭐하나 보면
쌀봉지 열려진 틈새로 몇 알 떨어진 쌀알갱이들을, 생쌀들을 오물오물 집어먹고 앉아있다.

요즘은 곧잘 걸어서 뛰려고까지 하기 때문에;;

한 3분만 잠시잠깐 넋놓고 뭘 읽다가 정신차리면
씽크대 문 열고 후라이팬을 꺼내서 타고 앉아 있거나
현관에 내려앉아 신발들을 덥썩 쥐고 짝짝꿍하고 있다.
내가 미챠

불량 엄마라 미안
허나 엄마는 욕구불만이란다. 엄마는 그저 혼자 앉아 엄마만의 책을 읽고 싶은 맘 간절하구나

잡솔 하나>
ornus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시나 소설 읽으면 나중에 굶어죽는다고
기술을 배워라, 명언을 하셨단다.
(기술을 배워라,는 한때 아이돌 팬질계의 명언이었다.
전직 아이돌 출신들 중 지금은 이름없이 사라져가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멤버의 최근사진이 올라오면 전직 팬들은 애정어린 충고의 답글을 단다.
“기술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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