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침 때문에 볼 좀 튼 거 가지고 몇 달 째 전전긍긍 속상해하고 있는
내 이 좁디좁은 마음그릇의 크기를 확 늘리려는지,
그동안 아프지 않고 항상 쌩쌩하던 열음이가 열이 많이 나는 열감기에 시달리고 온몸에 열꽃이 피었다.
고열이 나다가 피부로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얼굴이며 배며 등이며 온몸에 울긋불근 두드러기처럼 솟아난 열꽃에
힘이 없이 축 쳐져 며칠간 등에만 엽혀 있으려는 열음이를 보며
볼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허탈해진다.

거 봐라.. 고거 하나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고 난리를 치니 아예 확 불을 질러버려서
내 콧대를 확 꺾어 버리는거다.
눈도 퉁퉁 붓고 온몸이 얼룩덜룩..
조그만 게 열을 이겨낸다고..

더 비우고 비워야 되는데 비우질 못하니 이렇게 배우는 건가 싶다.
아이들은 다 이렇게 크는 법인데..

요즘 내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건 그런 말이다.
이미 애들 다 키워본 이들이 지나가는 말로,
“아이고.. 걱정마. 그런거 다 지나가. 애들은 다 그렇게 크는 거야. 걱정 뚝.”
한마디만 해주면 살 것 같다.
이 한마디가 내게는 그 어떤 시보다 더 귀한 잠언이며 금쪽이다.
.
.

ornus는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지쳐서 곯아떨어져버리는데,
나는 단 몇 분이라도 이눔의 인터넷이라도 하며 개인시간을 갖고 싶어 차라리 잠을 줄인다.
나도 참 미쳤지. 괴로운 눈을 부릅뜨고 안 자려고 버티고 이러고 앉아 있자면..
아이와 함께 지쳐 돌아누운 등이 측은하다.

..

오빠 결혼식 때문에 집에 가니, 엄마가 제발 좀 열음이 며칠이라도 내려놓고 가라고 붙잡으시는데,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래도 또 주섬주섬 안고 올라왔다.
겨울휴가 땐 며칠이라도.. 우리 잠깐 쉬자, 마음 먹었다.
.

(그리고 나는 지금, 내일 졸려 죽어 미칠 것이 분명하지만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 서태지편을 다운받고 있다. >>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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