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세, 연애초기

1.
<그들이 사는 세상> 보고 있다.
노희경 작가 작품은 다 좋게 본 적이 있어서 나름대로 기대했던 드라마다.
1,2회 때 대충 틀어놓고 봤는게 밍숭맹숭 특히 연출이 그다지 끌리지가 않는거다.
송혜교가 피디로 보이기엔 너무 약해보이기도 하고.
몇 회를 대충 건너 뛰고 지지난 회부터는 조금씩 볼만해지고 있다.
김갑수, 김창완, 배종옥, 윤여정. 중년 연기자들이 나올 땐 화면이 꽉 차는 것 같다. 연륜이란 게 저런 건가.
아 빼먹을 뻔 했구나.
곰순이에겐 네번째 사랑쯤 되고(맞나?-.-) 나한텐 일곱번째 사랑 쯤 되는 우리 빈이가 나오는 걸.
현빈은 얼굴도 말투도 목소리도 밍숭맹숭하기도 하고 느릿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구석이 없다. 심심해서 좋다.
심심해서 좋아.

2.
어제는 칭얼대던 열음이가, 엄마가 우울주기에 들어설락말락하는 걸 알아챘는지 오늘은 애교작렬이다.

내가 입 안에서 먹을걸 우물거리고 있으면 다가와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지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혀를 쏙 쏙 내민다. 저두 달라고.
“어부바~” 하면 만세를 하며 좋아하니까 업어주면, 한참 있다 심심한지 내려달라고 생선마냥 등에서 파닥거린다.
업은 채로 소파에 앉으며 쿠션에 턱 하고 내려놓으면 표정이 아주… +.+ 딱 >.< 이거다.

니가 참, 어떻게 나한테, 아이 참 니가, 태어난 지 7개월하고 20일 된 니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어쩜 이렇게..
나를 녹이는 거니.

보행기에 앉혀서 이유식을 떠먹이고 있으면, 한 숟갈 한 숟갈 받아먹을 때마다 빼먹지 않고 활짝 웃는다.
먹는 게 그렇게 좋아..@.@
내가 “또~ ” 하는 발음이 재밌는지 “또~”만 하면 꺄르륵거려서
이유식 시간은 “또~” “꺄르륵~” “또~” “꺄르륵~” “또~” “꺄르륵~”이다.

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여기 저기 쑤시고 지치지만,
우리 둘 사이에만 흐르는 어떤 교감이 있다.
연애 초기에 느끼는 그런 달달함 같은 거다.
니가 내 맘을 아니. 어 알아요. 알고 웃어주는 거에요.
찌릿하고 뭉클한 순간이 있다.
너랑 나만 아는 이 순간. 너랑 나랑만 주고받는 이 교감.

아마도 어린시절이 전부일거다. 아이랑 내가 거리 없이 교감을 주고받을 시간은. 이런 달달한 시간은.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다른 무엇에 대한 조바심으로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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