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싫지는 않지만 오글거리는 사람

20,30대 여성들이 많이 모인 소드카페에서 언젠가부터 박진영 게시물 밑에 달린 리플들이 가관이다.(좀 심해서도 가관이지만 사실 웃기기도 되게 웃긴다;;) 박진영 특유의 말발과 변명이 실린 인터뷰 밑에는 “자기 자신도 자기가 저런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가식적인 인간”이라는 류의 리플들이, 그의 뮤비나 노래 밑에는 “제발 여자들이 니가 찍으면 다 넘어오고 너랑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한다고 믿지 말란 말이야!. 치명적인 척 하지마 오글거려 미추어버리겠다고!!!!!!” 요런 리플 엄청 달린다. 요즘엔 비호감과 비아냥이 점점 심해져서 슬슬 자성리플이 달리기도 한다. “님들.. 박진영에게 너무 가혹하신거 아니에요??”-.-

이상타. 난 별로 관심없는 사람이라서 몰랐는데 게시물들이 다 이런식이라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이 간다. 나 어릴 때는 박진영이 페미니즘 관련 똘똘한 소리도 좀 하고 그래서 여성들에게 오히려 호감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꼴이 됐지. 마침 힐링캠프가 하는데 애들이 자길래 봤다. 아… 알 것 같다. 너무 잘 알 것 같다.

박진영은 이를테면 앙드레김 같은, 일상이 “자신이 자기자신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캐릭터에 취해있는, 일상 전체가 뮤지컬인 st 인간”인 것 같이 보인다. “나는 이렇게 자기관리도 철저하고 자기계발에도 열심이고 소속사 가수들에게도 이렇게 체계적이고 게다가 철학적이기까지 한 양성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사진한장 못찍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데 하물며 소년같이 순수하기까지 한 사람이야” “내 모습 내가 봐도 너무 대견하고 애틋해… 하…” 시종일관 나르시스트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나르시스트이면 좀 어떤가. 자기비하에 빠져 있는 인간보단 차라리 왕자병에 걸려 있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자기애 없는 일반인도 보기 불편한데 더더군다나 딴따라가, 가수가, 뮤지션이 나르시시즘이 없다면 그것도 참 뭣한 일 아닌가. 내 평소 생각이 이정도인데도 박진영의 나르시시즘은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너그럽게 생각해보자면  자기 자신이 자기자신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캐릭터를 너무나 대견해하고 아련해하는 박진영이 아주 비열한 인간이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우리에게 저렇게 뻔한 패를 들킬 정도면 오히려 좀 바보 같은 구석이 있는 사람 아닐까. 보기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긴 한데, 뭐… 어쩌겠는가. 자기 캐릭터인걸. 게다가 난 박진영식의 “난 하룻밤 너희들을 홀리는 카사노바야 어때 나 치명적이지? 치명치명 열매를 먹은 것 같은” 노래는 전혀 내스타일이 아니지만 춤 출 때만큼은 감탄이 나온다. 타고난 그루브감과 체력관리! 감탄이다.

강박적으로 시간이 금이다.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부담스럽다. 시간 같이 우리에게 주어진 부분마저 수치로 환산하고 끊임없는 자기관리 강박, 자기를 내몰아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안한 내면을 경제적으로 환산하고 간신히 안심하고 살아가는 현대인st”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도 건진 게 있다면 자기의 궁극적인 물음은 “사람이 왜 어떻게 나서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지”라고 답하며 이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사실 소드언니들은 이 부분마저 “나는 자기관리도 잘하고 사업도 성공하고 춤과 노래도 되지만 영혼의 문제까지 신경 쓰는 철학적인 인간이야” 캐릭터를 연기하고 계셔서 싫다는 결론을 내리길 했지만(언니들 너무 가혹하심;;),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를 그 생각을 하는 데 쓴다고 말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방송에 나와 연예인이 이런 말을 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은가. 행복한 일상이 있고 몰두하고 집착할 무언가가 있어도 궁극적으로 메워지지 않는 그 허한 구멍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데, 때로 그것때문에 몸서리치게 외로워질 때가 있지만 얘기할 곳이 없어 혼자 삭혀야 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니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이것이 성찰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 작품을 만드는 뮤지션인 사람이 자기 노래와 음악에서 그것을 형상화하지 않고 굳이 말로 다 떠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저는 음악하는 사람인데 왜 나서서 굳이 말해야 하나요. 저는 그냥 제 노래에 제 생각을 얘기하고 있고 음악으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는 말발 없는 어눌한 서태지가 역시 내 취향이다(깔데기;)(예컨대 서태지의 8집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음모론과 우리 삶을 조종하는 권력자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그때는 공허했지만 분명히 정치와 연관 있음이 뻔히 보이는 사건이 터지고 나니 음모론마저 현실이 됐다-.-)

박진영이 보여주는 집과 물건들과 일상들이 충분히 열심히 살아보이고 음악을 매우 즐기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저는 음악이 너무너무 좋아요. 미쳐 있어요. 죽겠어요” 그걸 또 자기가 굳이 말로 한다. 그냥 우리가 판단하게 놔두란 말이다. 우리가 판단할 틈을 주지 않고 자기 자신을 자기가 너무 대견해하고 있으니 보는 우리는 좀 옆으로 빠져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세상에 뭐 이런 캐릭터도 있으니 저런 캐릭터도 있어서 재밌잖아 그냥 다양성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데 박진영은 꼭 거기다가 자기만 옳다는 사족을 붙이니 언니들에게 밉상이 된다. “저는 자유로워야 예술한다는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자기관리를 잘 해야 최상의 컨디션에서 좋은 곡을 쓸 수 있죠”라고. 야 니가 그렇게 사는 것까지는 좋은데 흐트러진 상태와 나사빠진 영혼에게 떠오르는 영감으로 곡을 써서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수많은 음악가들까지 왜 끌어들여 까는 거니. 자기확신이 있다면 굳이 저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데 이러니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자기확신이 충분하고 안정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내 취향인 인간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패를 보는 우리에게 들키는 사람이니 기분 나쁠 정도로 머리가 좋거나 비열한 사람은 아닐거야 하는 느낌으로 앉아있다가 마침 박진영 게시물 위에 스타 인간극장에 이승환이 나온 플래쉬가 3분 정도 올라와있다.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각종 인스턴트 식품을 사다가 집에 가서 끓여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온갖 영양제와 영양식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는 박진영을 볼 때보다 훨씬 끌린다.

그래도 박진영 신곡 뮤비에서 춤 추는 걸 보고 있으면 “몰라 우린 오글거려도 니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우리에게 저런 춤을 보여주니 고맙다” 하고 싶다. 뭔가 한 가지라도 기쁨을 선사하면 된다. 엔터테이너로서 능력 있는 사람 맞고 끼도 있고 춤도 차암 잘 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나오기 힘들 것 같은 그 얼굴도 평범한 얼굴보단 매력 있다 싶다.. (나 박진영 싫지 않아효….)

(그래도 박진영의 표절은 쉴드를 칠 수가 없다. 나는 뮤지션에게 쉽게 표절을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예술은 영향관계를 통해서 풍부해진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이노래 저노래에서 퀼트 작업하듯이 따와 쌔끈하게 노래를 만들어내는 식의 표절은 너무 뻔하다. 자기 작품인냥 발표해놓고 몇 년 지나 논란되면 은근슬쩍 원저작자를 표기하는 식의 박진영의 행태는 너무 뻔하게 사기꾼인데, 본인이 사기꾼인지도 모를 정도로 본인에게 취해 있는 것 같아서 뭐라 말하기도 힘들다;;;;)

오글거리지만 매우 싫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나도 또 굳이 애써 쓰고 앉았다니. 나 그냥 박진영 팬 할까.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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