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삶에 주어진 가장 큰 형벌은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좌절 위에도 희망 위에도 즐거움 위에도 지겨움 위에도 평안 위에도 고통 위에도 서지만
실은 많은 것들로 바꿔치기 할 뿐 진짜 본질은 권태인 것 같다.

권태란 무엇일까. 지겨움과는 다르다. 지루함과도 다르다. 걱정거리가 없어 하는 배부른 소리와도 다르다.
우리는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권태로울 수 있고, 굉장한 일들을 계속 하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고
엄청난 작업을 하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권태로울 수 있고
남부럽지 않은 부를 소유하면서도 권태로울 수 있다.
권태란, 우리가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또 24시간을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람으로 태어난 진짜 형벌 같다.

내일이 무엇인지 알아도 살아야 하고 내일이 어떨지 모르는데도 살아야 한다.
무엇으로, 무엇을 의미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살아야 한다.
이곳에 와서 우리는 불안하다.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낯선 곳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내일도 또 오늘처럼 24시간을 사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겨움을 권태라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 불안이 내겐 권태다. 내일도 또 살아야 한다는 것.

날선 햇빛 비치는 차 안에서 문득 살라고 주어진 이 형벌이 무거워서 ornus의 손을 꽉 잡았다.
“이제부터 내가 양파, 라고 외치면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봐주고, 내 머릴 쓰다듬어 주고 내 손 잡아줄래..?” 그랬다.

ornus.. 양파란 이상한 단어 선택에 벙찐 표정이면서도 웃으며 그러마 해준다.
샤워하고 나오는 무방비상태에서 내가 양파, 외쳤더니 순간 까먹은 거 같아서 나한테 잠깐 혼나기도 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않으면 이 불안하도록 권태로운 형벌이 내려진 세상에서 살 자신이 없다.
우리의 낙이 무엇일까.
사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대단치 않다. 그러므로 서로 자주 껴안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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