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카스트로 거리


1. 섞여 있을 때가 편하다

숙소가 있는 서니베일, ornus 회사가 있는 동네, 주로 저녁 먹으러 가는 마운틴뷰 등등 산호세 지역 어딜 가도 백인은 반도 안 된다. 아시아인들도 많고 라틴계열 사람들도 많다(근데 흑인은 거의 못 봤다.. 무슨 이유인지..). 그래서 우리 자신도 특별한 느낌이 안 들고 편한데, 백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유명한 로스 가토스(산 아래 시골마을, 아기자기한 읍내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갔더니 걸어다니는 동네사람 90퍼센트 이상이 백인이다. 미국에 왔으니 백인이 많은게 당연한데 왜 이렇게 맘이 불편한가 했더니 그동안 있었던 동네에서 백인을 많이 보지 못한 탓이었다. 뭐 뉴욕 같은 대도시도 아닌데 다양한 인종이 많이 섞여 사는 산호세가 좀 특이한 동네였던 것이다.

2. 높은 물가, 높은 집값
ornus가 출장 와서 일하고 있는 사무실 동료들 중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여기 베이지역으로 팀 이동 때문에 이사를 와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빨리 이사를 오지 않고 밍기적대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베이지역의 엄청난 집값과 높은 물가, 생활비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중부에서 수영장과 넒은 마당이 딸린 2층집에 살던 사람들이 베이지역으로 오면 원베드룸 아파트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가평 같은데서 40평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서초구 역삼동의 회사로 옮기면서 원룸으로 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 그만큼 베이지역의 집값은 악명이 높다. 렌트비도 상당히 높고. 한국에서 빽빽한 대도시 문화 속 회사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선 베이지역만 해도 넓은 공원과 길들, 나무숲, 녹지가 많은 시원하게 트인 동네로 보이는데 미국 중부의 시골에서 온 미국 사람들에게 이곳은 빽빽한 동네로 보이는 것이다.

텍사스에선 모든게 컸어. “디스 이즈 텍사스”라고 쓰여진 부채만한 파리채(텍사스 기념품-.-) 농담을 하는 동료들. ornus도 지난 세 번의 출장을 그곳에서 보냈기에 어떤건지 알아서 깔깔 웃었다고. 미국인들이 스위트홈이라고 생각하는 넓은 마당과 수영장, 2층집을 산호세에선 보기 힘들다. 아주 자그마한 단층집, 조그마한 마당, 꽃밭, 아니면 타운하우스, 낮은 아파트다.

다른 지역보다 작으면서 비싼 집들, 음식값과 팁 수준도 높아서 한국에서 우리 식구 밥한 끼 먹는 데 만육천원 정도면 충분했는데 비슷한 수준의 저녁값이 여기선 보통 3만원 정도가 든다. 두 배다. 같은 회사라도 베이지역의 연봉이 다른 지역보다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두 배는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중부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게 훨씬 더 힘들고 여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강남생활하는 평범한 서민과 수원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서민의 삶을 비교해보면 느낌이 확 온다. (우리 가족이 서울 생활이 아닌 경기도 생활을 택한 것과 같은 이치다!)

3. 카스트로 거리
주말엔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 건너 소살리토에 놀러갔다 왔다. 바닷가 언덕 위 소살리토는 이곳에서도 부자들, 돈 많이 번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한국의 평창동 같은 동네다. 집집마다 요트 한 채씩 가지고 있어서 부두에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근데 막상 가 보니 생각보다 아름답지는 않고, 오히려 난 샌프란시스코의 아기자기한 거리들이 더 취향이라 거리 곳곳을 드라이브하다가 카스트로 거리에 이르렀다. 카스트로 거리는 동성애자들을 상징하는 무지개깃발로 유명한 곳. 알다시피 미국의 히피문화, 반전운동, 동성애 해방운동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다.(그러나 캘리포니아는 뉴욕보다 보수적이어서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상황). 카스트로 거리에 가니 레즈비언들은 다 어디 갔는지 대부분이 남자들인데, 게이들이 패셔너블할 거라는 기대가 아무리 편견이라 할지라도 가 보니 보라색 스카프를 하늘색 브이넥 니트와 매치하고 이쁘게 맞는 면바지를 접어서 9부 길이로 입고 걸어가는 커플들을 보니 편견이 생길만하다. 패셔너블하다. 머리에 깃발을 꼽고 아무런 옷도 입지 않고 누드로 걸어가고 있는 남남커플도 있었는데, 무슨 퍼포먼스중인건지 그냥 평범한 일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ornus가 “자기는 좋겠다~” 이러길래 “퍽도 좋겠다. 우리집에서 지겹게 보는 게 남자놈들 누드고만.. 차라리 이쁜 여자들이 누드로 다녔음 좋겠다…췟.” 했다.

4.
하.. 은율이 보고 싶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애가 얘 하나인가봐요?” 하고 물으신다. 우린 그냥 웃고 있는데 열음이가 “아니에요. 우리집에 은율이 있어요. 그치? 엄마? 우리 은율이랑 같이 살았잖아!” 이런다. -.- ㅋㅋㅋ 얼른 돌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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