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주년도 축하
안녕하세요 서태지 입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데뷔 20주년을 축하해주셔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데뷔시절엔 이렇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도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새삼 신기하네요 ^^
긴 시간 동안 제 음악에 귀 기울여 주시고 또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리고 가슴 벅찬 나의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오늘은 어쩐지 1집으로 데뷔하던 스무 살의 두근거림으로 마음이 설레이네요 ^^
이런 마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딱딱해진 세상에서 음악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가, 또 행복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3월 23일 태지..
정작 당사자는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두문불출 9집 작업중인데 방송을 포함한 수많은 언론사에서 20주년 특집 기사를 쏟아내서 깜짝 놀랐다.
팬들은 브라질에 조성한 서태지숲과 서태지와 관련된 20년 간의 모든 방송 자료, 문서 자료, 디지털 자료를 웹상에서 열람 가능한 거대한 서태지 아카이브를 제작해 20주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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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요 암요 태지오빠. 저도 20년 간이나 한 사람을 사랑할 줄 몰랐네요.
20년 전에 20년 후 우릴 만나면 커피를 쏜다고 하셨죠?
커피 안 쏘면 죽여버릴 거야
난 핸드드립으로 부탁해요.
내 비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제한 남자는 ornus지만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는 태지오빠랍니다. ㅋㅋ
내가 현재의 절망 속에서 다시 힘을 낸다면 20년 전 노래 가사가 내 자아를 만들었기 때문일거다.
“실패해요 쓰러지세요 당신은 일어날 수가 있으니. 다음에야 쓰러져있던 널 볼 수 있어”
중학교,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숨기고 읽었던 모든 문화서적, 사회학 서적들은
그를 만났기에 알게 된 책들이니 지금의 나의 정서와 감수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그다.
이제 30대가 된 그 때 그 어린 팬들이 사회 각층에서 또다른 서태지가 되어 세상을 바꾸어나간다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20년 동안 8장의 정규앨범을 냈던 연도마다 그 노래와 얽힌 나의 기억, 나의 감수성, 내가 서 있던 나날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른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대학에 처음 들어가 연애를 시작한 시절, 취직을 앞뒀던 시절,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으로 이직 직전 백수 생활 중 보내봤던 7집 시절, 열음이를 낳고 어부바 하며 들었던 8집 음악들까지.
사회비판적인 가사 때문에 사전심의가 반려되어, 가사를 수정해야 하는 지시가 내려지자 아예 가사를 통째로 빼고 앨범을 발매해버린 그의 깡 앞에서 그 어린 팬들이 사전심의 기관에 사전심의제의 부당함을 구구절절 써서 편지, 팩스 폭격을 퍼부었다. 소녀팬이었던 나 역시 편지를 써서 울 아빠와 온 가족에게까지 읽어주며 흥분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마침내 수년 전부터 사전심의와 싸워온 정태춘씨 같은 분들의 오랜 노력에 기폭제 역할을 해 사전심의제가 폐지되었다. 저작권협회와 같은 공룡 단체, 방송, 미디어를 향해 했던 수많은 시위와 싸움이 즐거웠던 이유들도 또다른 서태지들이 서로 어깨 겯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기에, 공연장에서 슬램하는 것마냥 재밌고 발칙했다.
재밌고 발칙하게.
앞으로 20년을 또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20년 동안 음악해줘서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럽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해~ 쪽쪽~
20주년 기념 공연장에서 핸드 드립 커피 안 쏘면 우리 시위 들어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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