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바

6.25를 겪었던 아가들이 생각보다 심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고 어른이 되고 우리 사회의 성장 중추가 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전쟁 중에도 어머니들이 아이를 꼭 등에 어부바해서 달고 다녔기 때문인 거 같다는 리플을 봤는데, 과학적으론 검증이 안 된 가설이지만 읽으면서 괜시리 아련하고 짠한 것이 몰려온다.

최근 EBS 교육 다큐멘터리에도 나왔고 인터넷에도 화제가 됐는데, 어부바가 아이한테 정서적으로 엄청난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었다. 서양에서도 포대기가 알려져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안아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지만 안아주는 건 간헐적으로 잠깐씩 해 줄 수 있는 스킨쉽이지만 어부바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지속적으로 아이를 양육자의 육체에 밀착시키는 행위다. 아이는 자궁 속에서 느꼈던 안정감을 느끼면서 등에서 양육자와 같은 눈높이로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참여하기 때문에 평안한 정서를 갖게 된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어부바하시고도 다른 일 하시는게 어찌나 능숙하신지. 아가는 등에서 요리도 같이 하고 마실도 같이 간다. 나는 엄마처럼 어깨끈 없이 하는 전통적인 어부바를 하면 몸이 부실해서 다 흘러내리기 때문에 어깨끈을 할 수 있는 포대기가 집에 있는데, 은율이 업고 병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할 거 다 할 수 있다. (그래도 난 내공이 안 되는지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고 어깨가 쑤셔서 오래는 못 한다).

그래서 잠깐 잠깐 햇볕 좋을 때 창가 책장에 책 올려놓고 읽으며 서 있을 때 은율이를 어부바해서 둥가둥가해주곤 한다. 열음이 아가일 때는 내가 밖에서 일하느라 많이 업어주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께서 열음이를 어부바하고 퇴근하는 나를 마중하러 길가에 나오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가한텐 자기를 오랜 시간 봐주는 제1양육자가 우주 전부와도 같다. 내 등에 찰싹 엎드려 둥가둥가 리듬을 타다가 까무룩 잠이 들어 입을 헤 벌리고 자는 걸 거울로 쳐다보면 눈물이 난다. 너한텐 내가 전부구나. 손가락으로 내 등을 꽉 잡고 잠이 들어 있는 아가 얼굴을 햇살 아래로 바라보는 그 순간은 우주가 나고 내가 우주인 것 같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되는데, 곧이어 허리가 아파오고 어깨가 결리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다 내주고 아낌없이 주어야만 아기는 평화롭게 자란다. 그러나 내주는 어른도 사람이라 내주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고단함과 정서적인 피로감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므로 끊임없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P.S.
훗날 나와 ornus가 세우는 회사에선 남직원이든 여직원이든 아이를 낳으면 최장 3년까지 당연히 육아휴직을 쓰고 아무 문제없이 복귀하게 만들거다. 아이가 있으면 직접 키우는 게 오히려 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거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거다. 비용이 문제라고? 회사의 이윤은 다시 회사와 직원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쓰이는 거다. 사장이 덜 가져가면 된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사회 공공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거다. 사회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자라나게 만드는 일은 기업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리고 뭣보다! 칼퇴근 안 하면 짤리게 만들거다! 칼퇴근 안 하면 죽여버려!! 그러므로 훌륭한 인재분들, 꼭 우리 회사로 오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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