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에 와 있다.
일주일간 휴가라서 열음이를 데리고 yul네 집에 와 있는거다.
열음이와 내 짐을 트렁크 한 개, 큰 천 가방 두 개, 작은 기저귀 가방 한 개에 수북히 싸서 열음이를 안고 버스를 타고 가려는 나를 보더니
ornus가 오후 반차를 쓰고 춘천까지 아예 따라와줬다.
ornus, yul, 나. 우리 셋이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지나,
아이 하나를 대롱대롱 안고 서로 마주보니 웃음이 났다.

ornus가 수원으로 돌아간 후 열음이와 yul이모와 나, 우리는 넓은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열음이 기어가는 걸 보다가, 열음이 떼쓰는 걸 보다가, 열음이 삐져서 입을 달싹거리며 울려고 하는 순간을 찍다가,
그렇게 그렇게 게으르지만 결코 한가하지 않은(아이와 함께 한가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니;) 춘천에서의 이틀을 보내고 있다.

옆방에 열음이를 잠깐 재워놓고 둘이 수다를 떨고 있자니, 우린 예전과 같은데
열음이가 “에엥.”하고 울면 “어어. 엄마 여깄다. 여깄어 ” 하며 나는 달려나가야 하니, yul이 웃는다.

열음이를 안고 얼르고 노는 와중에도 나는 이렇게 저렇게 엎드려서 소파에 놓여있던 책 한 권을 다 보았다.
공지영이 성이 다른 애 셋을 기르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즐거운 나의집~”
이 여자는 참 순진한 사람이다. 감정에 충실한 채로 살다보니 성 다른 아이 셋을 낳았고, 복작대며 살고 있다.
나와도 비슷한 점이 있긴 있다. 좋은 건 죽도록 좋아하고 싫은 건 싫어하는 수밖에. 감추는 걸 모르는 인간이라는 점에선.
이 여자의 글도 참 그 성정만큼 순진한 감정선이 지배한다.
순진한 글이 그래도 내 삶에 어떤 위로가 된다.

yul이 멀리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중에 나는 열음이를 재워놓고 잠깐 인터넷을 하고 있다.
보고싶다.

낮에 ornus한테서 전화가 오는데, 놀고 있던 열음이가 “(압)빠~” 했고, 순간 졸고 있던 yul은 열음이가 “아빠”라고 했냐며 호들갑을 떨며 깨어났다.
열음이는 아빠라고 하지 않았을거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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