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치솟는 물가. 스산한 뉴스들.
요즘은 웬만하면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어떤 추상적인 불안감을 형성하면 여기 저기서 어떻게든 터질텐데.
분명 물리적으로도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뭐 벌써 그러지 않는가.
종부세고 뭐고 한쪽에서 경감되는 세감이 있으면 한쪽에선 늘어날 세금이 있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몇 만원어치 장을 보러 가면 몇 번이고 생각한다.
마트에서,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나는 먹고 싶은 파프리카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한다.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금치 몇 주먹을 움켜줬는데 4천원이 나오는 걸 보고 도로 슬그머니 내려놓고 어제 팔다 남아 반값 세일하는 시금치를 주워들었다.
우유는 두 배 값이다. 마트에선 두부를 사먹어본 일이 없다. 항상 재래시장에서 산다.
….
이 와중에 대통령은 “멜라민 성분 표기를 왜 안 해?” 라고 옆자리 장관에게 두 번 따져 묻는다.
(멜라민은 음식엔 들어가서는 안 될 성분이다. 도대체 표기돼서는 ‘절대로’ 안 되는 성분이란 말이다.)
저 사람은 저런 식으로 사태 파악이 안 된 상태로 이일 저일을 지시하고 처리했겠지 하는 생각에 이제 한숨도 아깝다.
…
최진실씨 소식을 듣고 정말 말문이 막힌다.
그는 스타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다.
그는 어쩐지 내 곁에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언니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었다.
내가 아이 엄마가 된 이후론, 아이를 품고 기르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든 동질감이 느껴진다.
당신도 아이와 함께 이렇게 저렇게 복작대며 씨름하고 좌절하고 울고 웃고 그랬겠지, 하며.
그가 아이들을 기르며 하는 얘기들, 인터뷰들을 일부러 검색해서까지 보곤 했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놨겠지.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졌겠지.
그간 쌓인 상처들이 한쪽엔 차곡차곡 자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느 새벽, 임계치가 넘어갔을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극도로 몰려오는 슬픔과 허망함이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근거없는 추측과 악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터뷰를 많이 봤었다.
그래서 더욱 허망하다.
아이를 놓고서라도 떠나고 싶은 사람의 상태는 얼마만큼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이 엄마라면 웬만한 어려움으론 그런 결정을 할 수가, 할 수가, 할 수가 없다. 아이를 놓고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어 있었던 걸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허하다.
….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그랬다.
“우리 남들 시선 신경쓰지 말고 살자. 야야 너 그거 너 하고싶은 대로 해.
사실 사람들은 남의 삶에 이러쿵 저러쿵 욕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릴 정도로 남의 삶엔 진정한 관심이 없다.
그러니 남들의 어떤 한마디로 내 결정을 수정하지 말자. 야 우리 하고싶은 대로 살자”고..
…
이 홈피에도 올린, 열음이 웃는 동영상을 틀어봤다.
동영상 속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리니까 열음이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보고 스피커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아빠가 집에 없는데 목소리는 어디서 나올까 하는 표정으로 두리번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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