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커줄수록

 

열음이를 안고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다보면 아가들을 많이 만난다.
아가를 안거나 유모차에 태우거나 포대기에 업고 있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서로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

어제는 갓 백일이 지났다는 아기가 유모차에 누워있는 걸 봤는데.
배가 고픈지 엄마젖이 먹고 싶다고 입을 오물오물.

“아 전에 우리 열음이도 저랬는데.”

열음이는 이제 배고파도 더이상 저렇게 입을 오물거리지 않는다.

대신 우유 달라고 ‘말로, 목소리로’ 의사를 표현한다.
물론 “엄마 먹을거 주세요. 배고파요.”가 아니라,

“웨렉웨리쉬웩. 웰웱웨우왈륑”이라는 말;;로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졸려도, 배가 고파도, 또 어떤 요구사항이 있어도
전처럼 칭얼칭얼거리거나 입을 달싹거리거나 하지 않고
저렇게 말로 한다.

엎드려 놓으면 팔을 움직이며 배를 밀어서 요리 조리 움직이는데,
아직 전진이 제대로 잘 안 돼서 늘 후진으로 움직이다가 소파 밑에 콕 박혀서
“웨렉위룁. 왤웩쉭” 꺼내달라고 소리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뿌듯하기만 할까.
나는 너무 가슴이 싸하다. 가슴 아랫쪽에 뭉근한게 뭐가 울컥한다.

열음아.. 이렇게 자라는 거구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너. 지난 너의 모습이 더이상 기억나지 않게 된다는 게 싸하다.
훗날 기억나지 않을 그 모습이 아쉬워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보지만,
사진 속에도, 동영상 속에도 ‘진짜’ 모습은 담기지 않는다.

아이가 이쁘면 이쁠수록,
아이가 잘 커주면 잘 커줄수록
엄마는 눈물이 난다.

하루가 다르게 커줘서 고맙다.
그런데 엄마는 훗날 이 순간의 기억들이 흐릿해질 것이 아쉬워 웃다가도 잠깐,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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