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2.3.4

 1.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주관하는 입양부모 교육을 다녀왔다.
한 20가정 정도가 온 것 같았는데, 입양부모의 90퍼센트가 기독교인이라
이건뭐 교회모임인지 복지기관 모임인지 분간이 안 간다-.-

입양절차과 법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는, 역시나.. 입양법이란게 입양가족의 편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고 처리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고치고 싶으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라는 식.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 늘겠구나. 뭐 해야지!!

여러 선배 부모들의 사례 동영상도 보고 직접 사례발표도 했는데..
세상을 너른 마음으로 지혜롭게 살았던 이들의 향기는 언제나 가슴 밑바닥부터 뜨끈뜨끈하게 한다.
ornus랑 둘이 주책 없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귓속말로 말했다..
“우리도 저렇게 따뜻한 사람으로 늙었음 좋겠다…”

그 중 인상깊었던 사례발표는 지금 스물 다섯이 된 다 큰 아들의 입양사례를 발표하던 한 어머님이었다.
어릴 때부터 욕심과 정성을 다해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다고 자부했는데
중학교 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 급기야 일을 저지르고 경찰서에 잡혀 있는 아들을 두 부부가 찾아간 날.
남편이 아이한테 다가가길래 애아빠가 애를 크게 혼낼까봐 속으로 “당신, 너무 크게 혼내지는 마요.. ” 하고 바랬단다.
그런데 아이한테 다가가 남편이 한 일은, 아이를 와락 끌어안으며 “아빠가 다 해결해줄게.. 아빠한테 맡겨..”
두 부자는 서로 꼭 끌어안고 꺼이꺼이 울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 아들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상상대로.

나 또한 눈물을 흘리며 ornus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키워도 아이는 부모 뜻대로 크진 않겠지..?.. 우리 아이도 경찰서에 가고 그러면 자기 어쩔거야?”

“어쩌긴.. 우리가 함께 해결해겠다는 믿음, 우리는 널 사랑한다는 믿음을 줘야지.. 당연한거지..”

이런 저런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나름대로 지혜로운 엄마가 되기 위한 수양을 하고 있는 나도 가끔은 유치한 생각 튀어나올 때가 있다.

“자기야.. 우리 아이가 아무리 가르쳐도 공부엔 영 흥미가 없는.. 그런 아이면 어쩔거야?..”

그러면 ornus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야. 우리가 공부 잘하는 아이 보려고 키우는 거야? 우리가 성공하는 아이 보려고 키우는 거야?
우리는 한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내고 그 안에서 행복하면 되지. 그 어떤 욕심도 버려요..”

그럼 나는 “..그렇구나..눼 알겠어요…깨갱…..ㅠ.ㅠ” 할 수밖에 없다.

ornus의 저런 대답들은 말이 곧 행동이라는 걸 나는 안다. 지난 10년간 나에게 해줬던 그대로일테니..

2.
‘수민’이란 이름은 우리에겐 일종의 태명 같은 거다. 어떤 이름으로 할지 몇 달째 고르고 있는데 마땅한 이름이 없다.
뜻 좋은 이름을 지으려면 어감이 걸리고, 어감 좋은 이름을 고르자니 별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고..
또 너무 튀는 이름으로 하면 아이가 고달플까봐 적당히 차분하고 적당히 단정한 느낌을 주는 이름을 지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일단 이제까지 골라놓은 이름 중에 날이 갈수록 정이 드는 이름은,
은재.. 은재다.. 가만히 앉아서 “은재야… 하고 불러볼 때마다 느낌이 좋다.

3.
지금 생각으로는 둘째 아이를 언제쯤 낳고 길러야 할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데..
여러가지 육아책을 종합해 본 결과,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일은 “어른의 경우 배우자가 바람핀 내연남(여)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과 맞먹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래서 되도록 우리 수민(은재?)이가 충분히 크고 난 후에 둘째를 갖고 싶다.
또 입양을 할지, 아니면 임신을 해서 가질지는 결정을 하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그래서 한 2-3년간은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사랑을 쏟아주고 난 후에 둘째를 갖고 싶다.
물론 첫째만으로 끝낼 수도 있고..  그치만 형편만 된다면 아이는 혼자보단 여럿이 나을 것 같다.

4.
장마가 시작인가보다.
어제 오늘 바람이 세차더니 오늘은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 땐 밖에 나가기는 싫어도 집 안에서 빗소리 듣는 일은 참 좋다.
재재재재 치치치치거리는 빗소리.
우리 수민이.. 아니 우리 은재는.. 지금쯤 세상밖으로 나왔을까.. 저 빗소리를 듣고 있을까..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까..
생부모가 원하고 아이가 원한다면 우린 얼마든지 만나게 해주고 싶다.
한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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