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궁리
1.
고요하다.
편안하다.
잘 웃는다.
감사하다.
기쁨이다.
그래도 가슴 아래 작게 울컥이는 게 있다.
그럴 땐 작고 낮게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시를 읽는다.
아니, 시를 쓰고 싶다.
결혼 6년차.
나의 그 무엇에도 놀라지 않고 잠잠히 받아줬던 사람에게
이젠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2.
도덕성. 자존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첫번째로 교육방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도덕성은 흔히 생각하듯 정서에 기인한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서(양심, 공감능력), 인지(판단력), 행동(용기, 결단력)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가 도덕성이다.
그러므로 양심이 있어도 판단력이 없으면 도덕적이다 할 수 없고, 이것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용기가 없으면 도덕적이지 못한 거다.
흔히 착하게 살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판단력과 정서와 행동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능력 또한 크다고 한다.
도덕성과 성취력은 비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존감.
우리 둘의 육아 키워드는 바로 이 자존감이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인간이며 나는 남도 또한 사랑할 힘이 있다고 믿는” 자존감은
자기이해력과 연결되고 공감능력, 성취력, 끈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과도 상관관계에 있다고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의 정서와 행동을 먼저 공감하는 것.
“네가 지금 힘들구나. 배가 고프구나. 짜증이 났구나. 화가 났구나. 맘이 아프구나.”
먼저 공감해주고 그 다음에 옳고 그름에 따른 가치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다리라는 것.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오도록 이끌고 주도하는 것은 가장 나쁜 육아방법 중 하나란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해결점을 찾도록 기다린다.
스스로 성취해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의 자존감은 점차 뿌리를 내려 든든해지고 이는
삶의 여러 방향에 건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돌 이전의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부모가 할 일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충분히 사랑하라. 충분히 눈을 맞추고 충분히 웃어라. 충분히 안아주고 충분히 쓰다듬어 주고.
이 충분한 애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돌 이전에는.
아이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나를, 나의 친구를, 나의 주변 사람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
아, 나의 그 행동이 이러저러한 심리적 요인에서 나왔구나.
쉬운 문제도 어렵게 풀어가는 저 사람은 자존감이 낮구나.
어려운 문제 상황 앞에서도 “이건 내가 해결할 만한 문제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저 사람은 자존감이 높구나.
자존감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을 높여주는 지속적인 경험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 어릴 때도 부모님께서 충분한 사랑을 주고 믿어줬기에 자존감이 낮지 않은 편이었지만
스무 살 이후 부모를 떠나고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나에게 공감과 신뢰를 모자람없이 부어줬던 관계의 경험이 지금의 내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어디 공부처럼 말처럼 쉬우랴.
그러나 이것을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은 뗐다는 생각이 든다.
4.
모든 게 고요하고 편안히 정돈되어 있다.
나는 왜 이럴 때 울컥 울컥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에너지를 또 쓸데없는 데 쏟아붓기 전에 옮겨담으려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다.
아이가 오기 전에 주제가 있는 남도여행을 떠나볼까.
시를 좀더 읽을까.
아이가 오면 ‘건강한 부모역할’을 하느라 삶이 참 균일해질 텐데
그러기 전에 조금 더 일탈해 볼까. 낙차와 기복이 있는 어떤 일을 꾸며볼까.
이런 궁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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