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됐다

며칠 후면 10주년이다. 결혼 10주년-.-

“야, 니네들 분명 5년 전에 결혼했으면서 무슨 결혼 10주년?” 하겠지만;
결혼 10주년 맞는 것 같다-.-
(제도로서의 결혼이란 말은 싫고 인생동반시작! 정도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무살 3월 14일.
비록 전재산 5만원쯤이었지만 그 때부터 우리의 모든 것을 함께했고 그 때부터 삶의 꿈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10년 전 어떤 커피숍이었던가. “우리 진짜 결혼한 거 맞지?” 신기한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묻던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스무살 때부터 10년후의 계획을 함께 세우며 30년 후 꿈을 얘기했으니,
스무살 때부터 결혼생활이 시작된 게 맞긴 맞다.

“우리 5년 후엔 이거 하자, 10년 후엔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살자”
세상 무서운 걸 모르는 두 띨띨이 스무살 어린애가 중얼거렸던 인생의 계획과 꿈들은 다 이루어졌다.

스무살 때 우리가 꿨던 꿈이란 이런 것들.

겨울에도 보일러가 얼어 터지지 않는; 집에 살면서 주말마다 카트 끌고 같이 장 봤으면 좋겠다~
– 이 꿈은 2003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이루어졌고! (정말 그 해 겨울부턴 보일러가 얼지 않았다-.-)

늦게 자도 되는 나른하고 심심한 토요일밤, 과자봉지 부스럭거리며 소파에 누워 함께 영화보다가 잠들수 있었으면~
– 이런 꿈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이루어졌다.

나는 조그만 자취방. ornus는 경기장학관 기숙사에서 시작된 ‘연애를 가장한’ 결혼생활.
봉천고개 넘기 전 상도동 좁아터진 고시원에 살던 스물 몇 살 때 기억.
밤 열한 시쯤 상도동 언덕길 큰 나무 밑둥 옆에 손잡고 앉아서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서로를 쳐다보면 얼굴 반쯤 흘러내리던 눈물.
존재가 존재를 이토록 서로 깊숙히 안을 수 있다는 걸 신기해했던 나날들.

10년 후엔 우리 이렇게 살자~ 문득 생각해보니, 지금이 딱 10년 후다.
그 때 말했던 ’10년 후 하고 싶은 일’은 아직 실현되진 않았으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중이니 이것도 곧 이루어질 것 같다.
10년 후에도 서로를 보면 심장이 굳어지지 않고 말랑말랑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이 소원도 일단 10년 후엔 이루어졌다. 20년 후 30년 후는? 기다려보면 알겠지-.-

나는 참 기복이 심한 정서파에 때론 쓸데없이 소심하고 때론 쓸데없이 대범하기도 한 좌충우돌 인간인데
한결같이 맑고 신중하고 따뜻하고 편견 없는 한 사람을 곁에 두고 참 많은 걸 갖게 되었다.
..

Comments on this post

  1. 오즈 said on 2008-03-12 at 오후 10:15

    부모님의 기도덕분일거예요. 이런 복은 흔치 않은 거랍니다. 그만큼 세상에 베푸실테니 기대가 돼요.

  2. ornus said on 2008-03-12 at 오후 11:58

    감사합니다 오즈님.. 저희 역시 이 행복으로 인해 할 일이 참 많다고 생각하며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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