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 제훈


1.
영화 <파수꾼>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추천영상이다.(상영중인 영화라 스포일러 없는 동영상을 고르다보니)
봉감독님, “이제훈씨…. 아주 신선한 발견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의 제훈이가 드디어 스타감독 눈에 띄었어..ㅠ.ㅠ.이런 게 바로 팬심이다)

1년 전 쯤 간만에 맘에 드는 새얼굴을 찾았다고 우리 홈피에도 글을 올렸었다.
인디영화 <약탈자들>에서 주인공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했을 때 살짝 꽂혔다가
퀴어영화 <친구사이>까지 찾아보러 일부러 GV시간 맞춰서 갔었다.
그 때 제훈군은 영화촬영 때문에 아쉽게도 GV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 때 찍고 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파수꾼>이었다.

그 때 워낙 영화가 소규모로 상영되고 있어서 관객 또는 팬들과 맥주번개도 하고
동영상도 같이 찍고 그래서 굉장히 친근하게 느꼈었다.
이후 내가 참석 안 한 다른 GV 동영상을 보니, 제훈군.. <친구사이> 속에서의 산뜻하고 상큼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우울하고 침잠된 기운을 지닌 채 GV에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한창 <파수꾼>을 찍고 있는 중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 때 느낀 게 배우로서 몰입도가 깊고 욕심도 있고 마스크도 평범한듯 백지 같아서 앞으로 가능성 있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 개봉하고 윤성현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평도 좋지만 제훈군의 연기력에 대한 평이 눈에 띄게 좋아서 기분이 좋다.

2.
며칠 전에 드디어  이 영화를 봤는데, 보고 온 날은 여러 모로 마음이 좀 쓰라려서 글을 쓰고 싶지가 않았다.
과연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한 세심하고 꼼꼼한 연출력, 위태롭고 예민한 청춘의 시기를 포착한 공기,
배우들의 연기 모든 게 좋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감정적인 동요가 몰려오지 않는다는 게, 그러므로 나의 청춘은 끝났다는 게 아주 조금 쓰라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부터 뜬금없는 시간, 뜬금없는 맥락에서 영화 속 세 명의 소년들을 떠올리게 되고
감정적인 전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파수꾼>은 그동안 한국영화가 그려온 남자고등학생에 대한 평면적인 해석과 다른 지점에서,
어쩌면 소녀들보다 더 예민한 정서의 결을 지니고 있는 소년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리고 서늘하게 잡아내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은 한국사회에서 성장이란 상처의 다른 말이라고 했더라.
나 역시. 내가 지나왔던 성장의 시기에 나는 한국사회가 학생인 우리에게 요구했던 억압적인 틀 덕분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상처 입혔고 또한 상처받았다.
나는 그 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3.
팬으로서, 기태가 된 배우 제훈군에게 많이 놀랐다.
내가 다른 영화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색을 가진 눈빛 그리고 많이 다른 얼굴 근육을 쓰고 있는 첫장면부터
아.. 이 친구 정말 기태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했다고나 할까.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이런 그의 몰입 덕분에 더더욱 기태의 서글픔과 고독에 마음이 쓰인다.
우리가 바로 기태이기도 했고 기태의 친구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어느 만큼은 말이다.

덧: 음악이 참 좋아서 찾아봤더니 아마추어증폭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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