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우리 열음이 은율이만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집에서 자기시간 – 일, 공부, 취미생활할 시간 -을 확보하는 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지금 나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이 부분이다.
밤이나 낮이나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 나도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난 낮에 열음이가 어린이집 가 있는 시간이나 은율이가 낮잠 잘 때 잠깐씩이라도 꼼지락거리며
내 할 일 하는 게 가능한데
아이들이 집에 모두 있는 저녁시간에 집에 오는 ornus의 경우 퇴근 후엔 아이와 놀아주는 놀이방 선생님 모드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못하고 산다.
물론 부모로서 이렇게 사는 게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24시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우리에게도 계획이 있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공부가 필요한 순간도 있고
하다못해 시덥잖은 취미라도 집에서 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아이를 떼어놓고, 울리고, 전쟁을 치르면 한 10분 정도 ornus도 자기 시간 내는 게 가능하기도 하지만
그 10분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을 감수한다는 것도 못할 짓이다.
얼마전 uks님과 소영언니가 놀러오셨을 때 잠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두 분들의 대답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아이와 덜 놀아줘서 아이한테 그게 습관이 돼서 그나마 아이를 떼어놓고 자기 시간 갖는게 가능한 게 아닐까”였다.
정말 그건가. 그것밖에는 답이 없는 것일까.
(그리하여 농담삼아 이런 얘기가 나왔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놀이 말고 빈둥대는 놀이를 가르치자는 것. 빈둥대기 놀이를 하며 엄마아빠는 쉴 수도 있고 책도 읽고. 음하하 하하하ㅠ.ㅠ)
물론 아이들이 크면 언젠가 부모의 손을 떠날 것이고 우리를 밀어내기도 할 것이고 집에서도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할 날이 오겠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린 우리에게는 먼 훗날의 이야기라,
당장 할 일들이 있는데 못하고 사니까 이제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엔 ornus가 꼭 봐야할 시험이 있어서 공부시간을 확보하려고 밤에 애 재우고 결국 새벽에 일어나는 방법을 썼는데
갓난 아기가 생기니 이제 이것도 불가능하다.
한시간, 두 시간에 한번씩 깨는 아이와 함께 사는 집에서,
밤에 죽 이어서 자고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도.. 체력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된다.
좋은 엄마 아빠..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ornus가 좋은 아빠라는건.. 확신한다. 그리고 좋은 남편이라는 것도.
가끔 ornus를 보면 눈물이 난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아빠로 살기 위해 ornus가 밀어두고 포기한 일들에 대해서 나도 조바심이 나고 나도 걱정이 앞선다. 해결책은 없고 상황은 밀어닥칠 땐 나도 짜증이 난다.
좋은 부모로 사는 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성취하고 싶은 것들 – 대단한 일들이 아니라 자잘한 – 여러 가지 일들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은 매순간 닥쳐온다.
지금 우리 앞에 계획과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적당히.. 적당히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산다는 건 적당한 일이 없더라.
내 시간도 적당히 갖고 또 적당히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좋은 부모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하루하루 진짜로 살아낸다는 것은 적당히 양쪽에 발 담그고 우아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좀더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
.. 언제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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