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은율이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연결 케이블을 안 가져왔네..-.-

1.
은율이는 그동안 거의 눈을 뜨지 않아 어떤 얼굴인지 파악이 안 됐는데;; 이제 태어난 지 일주일 지나니 가끔 눈을 떠준다.
눈매는 내눈을 닮은 것 같다. 입술 윤곽선은 영락없이 나다.
이목구비는 내 것인데, 얼굴을 딱 보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ornus 어렸을 때 사진에서 보았던 그 이미지랑 비슷하다.
이상한 건 지금의 ornus 얼굴과는 전혀 안 닮은 것 같은데, 어렸을 때 얼굴과만 닮은 느낌이다.
그럼 얘도 자라면 지금의 ornus 얼굴이 나올라나..

2.
내가 산후조리원에 들어와 있고 장기유착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회복이 많이 늦어 이제서야 겨우 걸어다닐 수 있게 됐으니 그동안은 ornus가 옆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그러니 열음이는 할머니가 돌봐주시는데, 우리 열음이 나보다 엄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맞춰주는 할머니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엄마 아빠의 빈자리는 티가 난다.
가끔 할머니가 열음이를 데리고 산후조리원에 면회를 오는데 처음엔 우리 열음이 나에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엄마의 환자복이, 이런 모든 상황이 어색했는지 눈을 내리깔고 아빠만 찾는다. 내가 가서 꼭 끌어안아주니 그제서야 뽀뽀를 한다. 병원에서, 산후조리원에서, 쭈글쭈글 신생아들만 보다가 열음이를 보니 아참 너무너무 이쁘다. 내자식이라 씌인 콩깍지가 반이겠지만 그래도 참 이뿌다. 열음인 눈빛이 좀 독특하다. 사진으로는 잘 안 찍히는데 검은눈동자가 유난히 크고, 아주 약간의 사시가 있어서 신비롭고 슬픈 빛깔도 가지고 있는 듯한 그 눈빛이 나는 참 좋다. 그 눈빛으로 열음이가 내게 오는데, 이뻐서 울컥했다.

3.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말해도 망설임 없을 만큼 지금 이 상황이 행복하다.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다른 조바심 없이 아이들 생애 단 한 번 오는 영아기를 내가 이렇게 여유롭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게 감사하다.
많은 엄마들이 첫째 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스스로와 아기를 다그쳤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나는 후회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런 면이 조금 있었다. 더 즐기지 못했던 것. 더 너그럽지 못했던 것.
그런데 이번엔 자연스럽게 여유가 찾아온다.
내가 가진 것들, 나의 모든 상황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안도한다.

봄이 오면 은율이가 백일이 지날 것이다. 그 때쯤이면 산후조리도 끝나고 하는 시기다.
나는 은율이를 아기띠에 매달고, 모유수유를 위한 예쁜 망토를 사서 가방에 넣고 많이 많이 다닐 생각이다.
자연도 보고, 도시 풍경도 골목골목 걸어다녀보고, 미술관도 가고, 아기를 배에 매달고 돌아다닐 생각에 기분이 좋다.
열음이 때도 열음이를 안고, 돌 지나서는 열음이 손을 잡고 버스를 탔다. 사람들은 나보고 힘들게 왜 애를 데리고 집에 있지 나가 다니냐고, 극성스럽다고 신기해했지만 내겐 자연스럽고 재밌는 일이었다.
열음이를 배에 매달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 내품에 오롯이 안긴 이 아이의 체온을 통해 충만감이 찌릿찌릿 전해진다. 팔딱거리는 생명으로부터 오는 충만한 느낌.
그러나 그 때는 처음이라 노련함이 부족해 다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런 충만함을 이번엔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산후조리원에서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에 내려앉는 눈을 보는데 퍼뜩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수십년 인생에서 단 1년 혹은 단 2-3년뿐이다. 아이를 이런 식으로 돌볼 수 있는 시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전쟁처럼 보내는 점이, 여유로울 수 없게끔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나도 내 개인적인 상황과 환경이 맞아떨어지지 못했다면 지금쯤 두 아이와 전쟁할 태세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맙다. 아이들과 함께할 봄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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