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면 동영상을 보고

어제 임산부 까페에서 동영상을 봤다.
http://www.noahne.com/114 

일반 병원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아기의 출산장면을 조금씩 보여주고, 이에 대비해서 조산원에서 조용한 과정으로 출산하는 두 명의 산모의 경우를 자세히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집중적으로 적나라하게 담고 있고 아기가 나온 후 태반이 만출되는 것도 보여준다.
나는 아기 나오는 장면보다 태반 나오는 장면이 더 충격이었다.
아이를 내보내는 엄마에 대한 존경심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지지만 태반 나오는 것까지 보며,
아 출산이란 정말 동물적이고 생물적인(?) 그런 과정이구나.

현대 병원에서 아기를 낳는 시스템은 사실 나오는 생명에 대한 배려 중심이 아니라 의료진들 편의 중심이다.
일단 애 낳는 침대와 자세도 의료진이 보기 편하게 설계돼 있으며,
출산 과정의 조명, 의사와 간호사의 소리, 엄마 울부짖는 소리 등등 소리가 태아한테 많은 스트레스가 된다고 한다.
어두운 양수 속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만 열달 듣고 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옴과 동시에 엄청난 빛이 쏟아지는 광경을 눈으로 봐야 하며,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의 소음을 견뎌야 하는 건 문제가 많다.

그래서 요즘 병원에서도 최대한 조명 줄이고 음악 틀고 소음을 줄이는 르봐이예 분만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저 동영상처럼 조산원에서는 못하겠고(만약의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이 동영상 보고 나서
ornus가 강력하게 우리도 르봐이예 분만을 하자고 하고 있다. 나도 원하고.
다행히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도 르봐이예 분만을 시행한다고 하니 상담해보려고 한다.
물론, 신체적인 문제나 의학적인 이유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 나면 제왕절개를 할 것이고.

자연분만 가능하다면 일반분만보다는 가족분만실에서 르봐이예분만을 통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한다.
출산이라는 무섭고 떨리는 과정을 낯선 의료진들 속에서 혼자 진행해야 하는 산모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ornus도 그런 거 싫다며 자기가 누운 내 머리 위에서 끝까지 손잡아주고 마사지해주고 출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보며 나는 내가 겪어야 할 일이니 겁부터 덜컥 났는데 ornus는 보자마자 펑펑 운다(ornus는 영화 볼 때도 잘 우는 감성적인 남자^^),
“우리 열음이도 누군가 저렇게 고생해서 낳았겠지.. 열음이 생각에 더욱더 눈물이 난다”며..
머릿속에 항상 열음이가 가득 차 있는 ornus. 자는 열음이한테 괜히 가서 쳐다보고 다시 온다.

한편으로 나는 내가 저런 동물적인 출산과정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게 멋진 일이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있다.
나는 엄마이기보다 여자이고 싶고, 엄마이기보다 그저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뭐랄까 나에겐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ornus는 “당신은 엄마이면서도 언제나 나한테 여자이고 사람이야 걱정하지마..” 이렇게 말해준다
(아.. 오그라드는 할리퀸 로맨스물 같은 이런 대화 죄송-.-)

나의 이런 미묘한 심정, 같은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것 같다.

동영상을 보며 처음엔 무섭고 떨렸는데 지금 남은 가장 큰 인상은..
우리도 단 한 사람의 예외 없이 그저 한 명의 여성의 몸에서 저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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