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

새벽 내내 같은 꿈을 꿨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는데 태반 조기박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빨리 아기를 꺼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 거다.
(7개월부터 약간의 조산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아서 걱정이 되다 보니 이런 꿈을 꾼 것 같다. 
지금 아기 몸무게는 약 2kg. 조산을 해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면 살릴 수 있는 시기가 이미 되었기 때문에 애 걱정은 이제 좀 덜었다.)

나 혼자 정기검진 하러 간 건데 오후 세 시에 마취하고 제왕절개를 하잔다. 그리고 세 시간 후에 퇴원시켜 줄테니 집에 가라고.
집에 전화했더니 다들 일이 있어 못 온단다. 엄마도 못 오시고 ornus도 못 온다고. 그래? 그럼 난 마취 풀리면 버스를 타든지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수술실 문 뒤에서 제왕절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 환자가 먼저 수술을 하고 있다.
근데 수술환자를 둘러싸고 인턴, 레지던트 등등 10명은 족히 돼보이는 애송이들;;이 빙 둘러서 수술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조잘조잘 수다를 떨면서. 끔찍하다.
제왕절개도 수술이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어서 옷을 벗고 수술대 위에 눕는데, 옷을 벗고 자기 몸에 칼 들어오길 기다리는 초라한 환자 주위에 둘러선 여러 명의 사람들을 보니 너무 무서운거다..
(이 부분은 얼마 전에 읽은, “대학병원, 산모 동의 없이 인턴, 레지던트가 출산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산모가 모욕감을 느낀다”는 신문기사의 상황과 짬뽕이 된 꿈인가보다. 난 지금 대학병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산부인과전문병원에 다니고 있는데도 그 기사가 인상깊게 남아있었나보다.)

막달이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진통의 공포에 시달린다는데, 나는 왜 제왕절개하는 꿈을 꾼 것인가.
나처럼 심한 입덧을 겪어본 사람들이, 서너달 입덧을 견뎠으면 하루 진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줬기에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는 않은데
그래도 나도 막달이 다가오니 무의식 속에 이런저런 두려움이 짬뽕돼 있나 보다.

밤이나 휴일에 진통 오면 내 주치의가 아닌 생판 모르는 당직의사가 아이를 받게 된다는 것도 살짝 좀 걱정이다.
기왕이면 나의 상태를 꾸준히 진단했던 주치의가 있는 시간에 출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싶다.
임신 초기에 입덧 때문에 예약 없이 병원에 몇 번 달려갔을 때 한 세 명 정도의 의사를 접해봤는데 그 중 가장 친절하고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시는 선생님으로 지금 주치의를 정했다. 남자선생인데, 사실 산부인과를 경험해보면 의외로 남자의사인지 여자의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남자냐 여자냐 상관없이 산부인과 특성상 둘다 싫고 찝찝한 건 마찬가지인 거다-.- 그러니 안그래도 불편한데 퉁명스런 의사보단 친절하게 진료 잘 해주는 의사가 낫다.

임신 기간 내내 다른 의사보다 더 섬세하고 설명도 잘 해주길래 만족하고 있는데, 나랑 같은 병원에 다녔던 아는 애엄마가 자기 주치의가 없어서 그날 당직의사(현재 내 주치의)가 애를 받아줬는데, 그 때가 휴일새벽 당직이어서 그랬는지 완전 까칠하게 굴어서 무서웠다는 말을 해 준 이후로 이 주치의도 뭔가 좀 찜찜하고.. 어허허
(그 친절은 평일 자기 진료시간에만 나오는 친절인가…)
힘 제대로 못 준다고 막 혼내주고 소리 지르지 말라고 막 혼내주는데, “니가 한번 애 낳아보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고. 사실 애 낳을 때 소리 지르지 않고 힘을 비축해뒀다가 극도의 진통이 오는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 힘을 줘야 애가 쉽게 나오기 때문에 의사말이 맞긴 맞다-.-

어쨌든 이 꿈 속에서 내 수술은 시작되지 않고 계속 오후 세 시가 되기만을 한없이 기다리다가 반쯤 깼다가 눈을 감으면 또 수술 기다리는 꿈을 반복해서 꾸다가 결국 새벽에 깨버렸다. 홀로 수술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나 서럽고 무섭던지.
한동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애꿎은 ornus를 보는데 화가 난다. 나 수술하는데 자기는 대체 왜 안 온 거야???
(ornus: 억울)

진통 오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소리 많이 지르지 말고 잘 견뎠다가 힘 잘 줘서 애 낳아야지.
막달에 내 주치의 선생이 진행하는 분만리허설 교육과정에 ornus랑 같이 가서 공부하기로 했다.
호흡법도 연습해야지. 출산과정에서 산모보다 더 스트레스 받는 건 아기라는데, 아기 힘들게 하지 말고 잘 해봐야지.
마음 속으로  몇 번씩 다짐하곤 하는데 현실에서 힘이 있을지 모르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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