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보내는 진심

스물 두세살 대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어린 눈빛들.
흔들림을 들키지 않으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많은 말들을 내뱉았다.
경청하는 그 어린 눈빛들 사이 사이로 많은 말들이 깃털처럼 흩어졌고
내겐 공허함이 남았다.
다 사라져도 좋으니 나의 진심만 전해졌으면 좋겠다.
.

보고싶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하는데
무엇이 보고싶은 건지 모르겠다.
가까이 있는 사람만 애꿎은 괴롭힘을 당할 뿐이다.
내 넘치는 그리움이 너를 다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

지난주만 해도 은행잎이 한창이었는데
바람이 크게 몇 번 불고난 오늘. 많은 잎들이 길에 떨어져 있었다.
저것들 그냥 저렇게 사라지는 건가? 저 잎들 누가 치우는 걸까.
누가 다 치워야 하지.
쏟아내는 이가 있으면 치우는 이가 생겨난다.
그러므로 더 배려해야 한다.
.

저녁을 먹다가 “열여덟 열아홉에 엄마가 된 리틀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그와 함께 봤다.
아기가 이쁘게 웃을수록 열아홉의 그녀는 찬란하게 이쁘다가 찬란하게 처연해보였다.
그는 아기가 아프거나 아기가 고통받는 장면만 보면 통곡하듯이 운다.
시인 신현림은 딸을 낳고 홀로 키우며 시를 썼다.
“너는 나의 사랑스런 약탈자. 에미의 죽음. 에미의 찬란한 겨울.
 우리의 사랑은 죽음에서 시작했으니 죽음에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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