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보내는 일상

집에서 밥도 안해먹고 집에서 딩굴딩굴 영화보기도 하지 못하던 어느날.
늦게 돌아와보니 ornus가 냉장고를 뒤집어놓고 있었다.
김치, 호박잎, 샐러드, 밑반찬, 온갖 종류의 과일, 야채, 포장된 요리들이
그에 손에 이끌려 죄다 밖으로 나와 쓰레기 봉지로 직행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집 냉장고에는 해찬들 고추장 한 통과 순창 재래식 된장 한통..
그리고 물, 약간의 음료수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냉장고를 열면 비치는 노오란 불빛이 쓸쓸하다.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명동 거리를 걷는데 밤이 되니 코트라도 입어야 할 날씨였다.
모델들 화보를 보다가 겨울에 ornus한테 사주려고 점찍어놓은 예쁜 이중여밈코트가 벌써 나왔길래 사버렸다.
지금 샀으니, 우리 겨울엔 절대 한 벌도! 사지말자는 약속을 하면서.

ornus는 회사에서 사람들한테 원더걸스 얘기를 듣고 집에와서 뮤직비디오를 한편 본 후 노래를 부른다.
텔 미 텔 미 테테테테레 텔 미!”
원더걸스는, 수년 전 회사원 아저씨들의 우상이었던 핑클쯤 되는 아이돌 그룹인가보다.
며칠 전에는 ornus 회사 마당에 김장훈이 와서 공연을 하느라 우리 아파트까지 시끌시끌했다.
김장훈 왈, “내가 여기 웬만한 부장님들보다 나이가 많아요.”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쿵쿵거릴 때가 있다.
불안하고 정리되지 않은 뭔가가 가슴 속에 있는건지.
이럴 땐 “텔 미 텔 미 테테테테레 텔 미!”

Comments on this post

No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