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오랜만에 둘이 함께 맞는 느긋한 휴일.

’10시부터 12시까지’로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일어났는데. 역시. 열두시가 다 돼서였다. 끙-
어젯밤에 야식 삼아 만들어놓은 국수를 멸치국물에 말아서 김치랑 맛있게 먹어치우고는.

ornus가 한가하게 낮잠을 자는 사이에 뭘 할까 하다가..
지난밤에 둘이 함께 이미 한 번 본 영화  타임 투 리브(Le Temps Qui Reste / Time To Leave)를 혼자 다시 봤다.
누구나 대면해야 하는 죽음.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고 있는 그를 돌아봤고, 손을 한번 꾸욱 잡아보았다.

서너시쯤..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 나의 그림책 이야기>를 보기 위해 광화문으로 갔다.
오늘 갈 수 있는 전시회 중에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ornus를 위해 특별히 선택한거다.
늦게 도착해 시간이 촉박했던 게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푹 빠져서 보았다.
책에선 느낄 수 없는 스케치의 흔적들. 물감자국. 말라비틀어져 갈라진 틈새.
따뜻하고 사랑스런 그림과 글 사이에 ‘어른들’의 편견을 툭 꼬집어주는 재치가 숨어 있는 이야기들.
별관에 마련돼 있던 ‘놀이방’ 비슷한 공간에서 어린아이들 틈에 끼어 앉아 그림책들을 읽다 왔다.

단골집 섬마을 밀밭집에서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습관처럼 교보문고로 들어가 어슬렁거렸다.
이런저런 그림책들을 찾아들고는 사람 드문 서가에 앉아 훑어보다가
존 버닝햄이 어린시절 이야기와 자신의 그림책의 모티브가 됐던 이야기들을 엮어서 낸(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된)
<나의 그림책 이야기>는 둘이 쪼그리고 앉아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사이사이 그는 종종
“아 좋다….좋다..”

언젠가는 북적대는 도시 말고 풀들이 자라나는 시골마을을 가까이에 두고 걸을 수 있는 삶을 살아볼 수도 있을까.
10년 후엔 어느 땅에 서 있을까.
요즘은 이런 얘길 종종 나누게 된다.

어떻게 살까..어디에 서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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