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옷을 입고 가는 사람들. 이런저런.

  • 이번 월드컵 시작하고서도 시험기간에, 연구소 행사준비에, 별로 빠져들 여유는 없었으나.
    틈틈히 우리 산타크루즈 전력 찾아보면서 파라과이전을 기대하는 비애국적인 내 센스. -_-
    그래도 오늘 나름대로 열심히 응원하믄서 토고 전 시청했음.
    11명:10명 상황에서 3:1 이상은 나와줘야 하는거 아냠? 뻘소리도 해가면서 응원.
    유후. 상대팀 경고를 끌어내는 우리 지성이의 환상적인 턴. 최고닷.
    그래도 내심으론 난 지는 팀 보는게 싫다. 토고도 이겼으면-_- 하는 초 희안한 생각.
    아무래도 내겐 승부근성이 없나보다. 누군가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쳐지는거 보는걸 태생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
    축 처진 토고 쪽 응원석을 보니 기분이 안습이다. ㅠ.ㅠ 토고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이겼으면 하는 생각은 이 무슨 조화?
  • 암튼 우린 공격은 그럭저럭이었던것 같은데, 공격에 매달리다가도 토고 선수가 한 명만 방향바꿔서  달려가면 수비진 완전 우왕좌왕. 진철쒸 수고한건 아는데. 토고는 혼자서도 신속하게 잘 뚫는다. 솔직히 우리보다 멋있었음.
  • 오늘 저녁 먹는 시간 쯤 퇴근한 ornus와 함께 서울대입구역 바로 앞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빨갱이 옷 입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어 웅성웅성.
    4번출구 앞에 지어지고 있는 새 건물 전면에 전광판이 달려있다. 아무래도 봉천동 단체응원이 될 분위기.

    윗배 볼록 나오고 머리 벗어진 40-50대 아저씨들이 빨갱이 옷입고 총총총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하다.
    자식들 먹여살리느라 하루하루가 무겁고 고될 나날들. 이 정도 축제는 참으로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
    요즘 생각이 자꾸 ‘생계형 보수-먹고살기 힘드니 Politically Correct 따위는 중요치 않다’로 찌들어가는 중이라 그런지 내 생각은 거기까지 미친다. 먹고살기 힘든데 우리에게 기쁨을 줘라!!! 
    저 빨갱이 옷 입고 걸어가며 입가에 설렘을 가득담은 얼굴들이 왠지 짠하다. 
    겨우 4년에 한 번 하는 월드컵에 꼭 꼭 딴지거는 사람들은, 이거 말고도 제대로된 건강한 축제문화를 생산해낼 고민이나 더 하시길. 물론 여전히 심하게 설레발치는 광고들과 언론은 꼴보기 싫다.;;
     

  •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에도 꼬박꼬박 잠 자고 출근 잘 하는 ornus를 보며,
    자기도 좀 밤도 새고 흐트러지라고 은근 찔러넣어줌. 그 댓가로 오늘 우리경기가 끝났는데도 프랑스:스위스전을 보고 잔다고 함. 같은 조니까 프랑스, 스위스 전략도 봐줘야지 안그래.?
  • 각국 거리에서 길길 뛰며 미친듯이 좋아하고 있는 다른 나라애들 응원들을 보며 드는 생각.
    월드컵을 이끌어가는 건 내나라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사실은..
    ‘너네도 미쳤고 우리도 미쳤으니 우리는 한편이다’란 생각이 아닌지.
     노랭이옷, 파랭이옷 입고 뛰는 사람들. 서로를 보며 뭔가 묘한 흥분된 감정을 주고받는게 아닌지.
  • 우리 로케 방방 뛰며 예전 실력 보여주길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요즘 부상 등 오랜 침체기로 힘 못쓰는 걸 보니까 속상. 그 이뿐 눈망울에 웃음 담기는거 언제쯤 볼 수 있는거니.
    왜 2002년에 축구장에 안 간건지. 어깨에 팔 두르고 사진도 잘 찍어주는 산타를 놓치다니. 후회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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