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된 자식
자꾸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훈이 얼굴도 떠오르고, 혼자 사는 오빠는 밥 잘 먹고 다니나 계속 걱정되고.
오랜 만에 훈이 홈피에 가서 사진을 보는데 새삼 놀란다.
얘가 어른이네. 나 정신 못차리고 내 생각밖에 할 줄 모를 때 내동생은 어느새 저렇게 컸구나.
집에 전화했더니 엄마는 밖에 아빠랑 나가시고 훈이만 있다.
일부러 최대한 발랄하게, “잘 지내지? 누나랑 매형 몇 주 내로 꼭 집에 갈게!!!”
쓸데없이 목소리 높여 깔깔거리다 멋적어져서 전화를 끊었다.
아빠 목소리를 듣고 싶어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우리 딸이야?”
..
목구멍으로 괜히 울음덩어리가 올라온다. 왠만하면 이런 주책은 참아야 하는데 말이지.
콸콸콸. 울음이 터져 나오니 어쩔수 없다. 아빠는 “바보같이 왜 우냐”며 놀리시고.
전화기 너머로는 “쟤 왜 저래!!” 엄마의 참견 소리가 들린다.
전화기를 넘겨받은 엄마랑 질질 짜며 수다를 떨었다.
“우리 추석 때 가까운 데라도 가족여행 가요..이번 추석은 연휴가 기니까..
우리 가족끼리만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이틀은 나겠지뭐.. “
고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가족끼리 여행 한 번 못 간 게 이제 떠오른다.
3년 전 생각이 난다.
엄마는 내가 혼인신고를 하자 호적등본에 적힌 내 이름 위에 줄이 빡빡 그어진 걸 보시고
며칠밤을 울어서 아빠를 속상하게 하셨다.
그 때 엄마는 호주제 이런거 다 없애야 한다고, 딸 결혼하니까 등본이 이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가족 생각만 하면 자꾸 명치가 저릿저릿하다.
나는 늦된 아이다.
이제서야 이렇게 저릿하니 한참 늦된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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