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남긴 것 2

십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하지 않은 내 고향.
발전이 거의 없어 보여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가도 변치 않고 어릴 적 기억들을 되살려 준다는 것에 감사.

가족들 모두 건강히 잘 있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

마음 한 쪽에 큼지막히 자리를 차지하고서 날 무겁게 만들던, 일과 공부에 대한 걱정 없이
정말로 마음 편히 휴일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
부모님께 용돈 받아가며 공부하던 시절이 가고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보탬이 될 수 있게 되어서 감사.

하지만 한편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던 어른들의 일에 내가 관여하게 되고
그와 함께 어른들이 걱정하던 일들을 나도 걱정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체험.

그들이 엮어서 만들어 놓은 망에 끼어들어 나도 함께 망을 만들며 나도 함께 ‘그들’이 되는…

고마운 일들에 맘이 가벼워졌는데, 앞으로 짊어져야 할 짐을 생각하니 마음의 무게는 다시 묵직…

 

Comments on this post

No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