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원서 접수 시즌
내년에 6살 되는 열음이.
유치원 원서접수 시즌이다.
공립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원비도 아주아주 저렴하고 교육내용도 좋아서 인기가 많은데 경쟁률이 수백대 일 수준이다. 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사립유치원(지금도 사립 어린이집 다니고 있다)도 수가 부족해서 추첨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공립유치원, 병설유치원 지원서 냈고,
사립유치원도 서너군데 지원서를 내야 할 상황이라서 동네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이렇게 유치원 들어가기 힘들어서야…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 내년부턴 오후에 재밌는 놀이 프로그램이나 미술, 만들기,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재밌는 곳에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살 어린 아이 수준의 체력이라고 볼 수 없는 열음이. 근력이 좀 심하게 세고;; 에너지가 넘쳐서 운동은 필수로 시켜야 하는데, 내가 다른 엄마들처럼 정보가 없다보니 어디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세교만 해도 분위기가 그래도 잠잠한데, 세교에서 10분 거리, 마가나무가 위치한 동탄은 엄마들의 교육열이 장난이 아니다. 강남 따라가려고 열심히 기를 쓰는 분위기.
동탄에 사는 아이들은 아주 극빈층 아니면 평범한 집 아이들도 대개가 다 영어유치원에 다닌다. 나는 유아기는 모국어로 사고력이 심화돼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일반유치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탄의 분위기를 보면 다섯살이면 한글은 당연히 다 뗐고, 영어도 웬만한건 읽는다는데, 우리 열음이는 한글도 영어도 가르쳐본 적도 없고 가르칠 생각도 없다. 문자 기반한 공부는 평생 할 건데 벌써 질릴 필요가 없다. ornus도 8살에 처음 한글을 접했다고 하는데 지금 뭐 멀쩡하게 잘 살고 있지 않니..? 나도 7살이 되어서야 처음 한글을 읽었다. 도대체 왜 글자를 미리부터 알게 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 글자를 읽게 되면 글자 이해 이전의 상상력이 글자로 집중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놀이 속에서 창의성이 생겨나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기초체력과 건강한 정서가 뒷받침돼서 나중에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밑거름이 될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다.
다만 우리가 현재 계획상으로는, 몇 년 후에 아마도 열음이 초등학교 저학년 쯤 미국행을 선택할 거 같은데, 열음이가 영어를 전혀 모른채로 가도 되나, 공부까진 아니더라도 꼬부랑 발음에 (말그대로 언어로) 익숙해질 필요는 있지 않나 싶긴 하다. 나는 열음이에게 영어노래도, 알파벳도 가르쳐준 적도 없어서 열음이는 영어가 뭔지도 모른다. 나중에 그냥 가면 될 줄 알았는데, 인터넷 주부 사이트에서 보니 낯선 나라에 초등학교에 던져진 아이들이 그 나라 언어를 모를 경우 소심한 성격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주위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고 애한테 공부를 시키긴 싫다.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그냥 다른 나라 말, 언어일 뿐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으면 좋겠다. 유치원은 일반유치원 보내고 오후에 두 시간 정도 열음이가 젤 좋아하는 체육활동이나 미술 퍼포먼스 같은 걸 영어로 하는 곳에 노출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시험 같은 거 안 보고 아이들 수행능력에 점수 안 매기는 재밌는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에 보내고 싶다. 요 앞에 있는 유명 영어유치원도 매주 시험을 봐서 아이들을 등급제로 나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등급제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어떻게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을까, 갸우뚱하다;;
어디 재밌는 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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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등급제라…갑자기 욕나오네. 애키우기 더 싫어진다. 숨이 확막혀…
등급제 같은건 수요층인 학부모들이 원하는건가? 아님 몰지각한 공급자들이 조장한건가…
나도 한글이나 영어 일찍 가르치기 싫은데 뜻대로 될지…한글이나 영어 일찍 알아서 사고력 좁아지는것보다 왕따 당해서 우울증 생기는게 더 무섭거든.
글구…유치원 들어가기 힘들다고들 난리네. 출산률 낮다는거 뻥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들어. 바글바글하고 진료시간 짧은 산부인과 다닐때부터 저출산국가라는 딱지가 음모 아닌가 생각했음.
아…증말 애 키우기 우울하네.
한글 모른다고 왕따 당하지는 않을 거에요~ ㅎㅎ 부모가 하나도 안 가르쳤는데 애가 스스로 한글을 깨우치는 거면 모를까, 다섯살, 네살 아이들 앉혀놓고 기억 니은 디귿 가르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일곱살쯤 되면 애들 한 달 안에 금방 배우거든요. 이미 인지력이 성숙해있어서.. 근데 네 살 아이들을 앉혀놓고 몇달씩 한글 가르치는 걸 보면 애를 망치려고 저러나 한숨이 나오죠. 전 학교 들어갈 때쯤 가르칠거에요~ 오히려 체력을 기르는 게 친구들 관계에서도 더 중요한 거 같아서 운동 시키려구요. 아무래도 우리 애들은 다 남자애들이다보니..
근데 언니도 아시다시피 부모가 어릴 적에 이것저것 시킨다고 나중에 다 잘 되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그냥 무슨 일을 해도 자기 스스로 성취하면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엉 나도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한다거나 특별히 바라는 욕심은 없고 걍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하면 고마운건데.
근데 내가 아무리 욕심없이 길러도 얘가 밖에 나가서 선생 혹은 다른 아이들로 인해 스트레스나 상처받는게 두려운거지.
뭐 열음이는 비주얼이 출중해서 한글 몰라도 무시당할 일이 없지 않았을까? 풉, 외모지상주의 씁쓸하네.
하긴 울 유라도 비주얼이 출중하니 왕따까진 걱정 안하지만. ㅋㅋㅋ
다섯살부터 한글을 가르치진 않을거지만 여섯살쯤 되면 공부까진 아니더라도 한글영어 놀이감은 사줄거같아. 물론 영아대상 교구들 다 상술에 불과한거 알면서도…일부의 부모들은 정말 욕심많은 극성이라 당할거고, 나처럼 큰욕심 없지만 알면서도 어쩔수없이 당하는 부모들도 많을거고.
너처럼 소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듯.
엄마로서의 조급증…이걸 극복해야하는데.
심은하님 딸인데.. 오죽 출중하실가요? ㅋㅋㅋ 농담아니라 진짜 언니 닮았으면 새하얗고 동글동글 할거같고 김대교 오빠님도 비주얼 괜찮으시고.. 이쁘긴 할거 같아요~ 궁금해라 ㅋㅋㅋ
애가 한글에 관심 보이면 여섯살 아니라 네살이라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세요! 그건 좋은 거래요. 관심도 없는 애를 억지로 앉혀놓고 공부시키는 게 문제지.. 우리 아들들은 그저 비행기 자동차 장난감 조립에만 관심 보여서 주로 그런거 시키고 있어요. 요즘은 책을 많이 읽어달라고 하니까 읽어주고..
애들이 뭔가에 관심을 보일 때 빨리 캐취해서 그 때 그 때 도움을 주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애들이 자라다보면 관심사가 막 변해가거든요. 공룡 좋아할 때 있고, 동물 좋아할 때 있고, 비행기 좋아할 때 있고, 저는 그 때마다 관련 장난감이나 책들 사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