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Q : …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으면 사람이 사는 데 시큰둥해지잖아요?  
윤여정 : 좀 시큰둥해. 사는 거가…(중략)… 그러니까 내가 점점 늙으면서, 자신이 없다기보다, 시큰둥 해지는 게..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딴지일보에서 배우 윤여정 씨 인터뷰를 읽다가 저 부분에서 한 줌의 위로 같은 것을 받았다.
인터뷰의 전후 맥락은 내가 받은 위로와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뜬금없게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물음에 답하기가 어려워져서 무슨말을 해야할까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많다.
좋고 싫은 게 확실하던 성격도 변하더라.. 욕망이 증발되어버린 것 같았다.
큰일이 난 줄 알았다. 삶의 매순간이 “자신이 없어져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어쩐지 자꾸 위축되는 느낌.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예전엔 ‘나’의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익숙했는데.

그런데..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자신이 없다기보다”
이 말이 내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비슷한 나이 또래, 비슷한 취향을 공감하던 곳이라 습관적으로 가던 사이트에서 사람들의 넋두리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문득 아주 희미한 안도 같은 게 찾아오는 것 같다.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그저그런 하루였는데, 문득 어제처럼 두렵지는 않다고 느낀다.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제 조금 다른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닐까.
이런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거.. 조금.. 알 것 같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촉촉히 젖는 날도 있겠지만, 메말라 바스락거리는 날도 있을 거라는 거.
조금 심하면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무기력도 때로 찾아 오겠지만 기다리면 지나가더라는 것.. 

덜 실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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