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그러나 나는 은어처럼 예쁜아이를 낳아
바하의 토카다와 푸카를 들려주고 싶거든
공허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아가야 깍꿍, 웬지모를 이 불안을 기뻐하지 않을래?
아가야 깍꿍, 바깥세상은 쓰레기폭탄창고란다
바깥은 분노한 흑인이 폭동중이고,
핵무기 실험장이란다
눈 뜨고 두번 볼 수 없는 영화,
아주 아름답고 쓰라린 풍경이지
그런 바깥은 남자들의 구역이 많아서란다
너의 외출에 목숨 걸 날이 많을 거란다.

아가야 울지마라 울지마
별 볼 일 없는 에미지만
네 공포의 바리케이트는 될 수있단다
평생 보초 설 수 있어. 물론 잠은 설치겠지
책 읽고 시 쓸시간은 숙청 되겠지. 빨래는 더 늘고
너로 인해 신경의 아카시아 나무는 하늘로 뻗치겠지
너로 인해 돈에 목매달고 주유소가 된다
24시간 체인점이 되고 만다
너는 나의 사랑스런 약탈자
에미의 죽음 에미의 찬란한 겨울

우리의 사랑은 죽음에서 시작했으니
죽음에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니?
그래서 너와 함께 오래 살고 싶은 거란다
그래서 너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거란다
그래서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거란다

공허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신현림作, 공허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신현림씨는 사진도 찍고 시도 쓰며 살아가는, 내가 쬐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지금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결혼은 하지 않았다..

너는 나의 사랑스런 약탈자.
에미의 죽음. 에미의 찬란한 겨울.

아이를 낳으면…죽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신현림씨처럼 죽음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

나는 죽음에서 출발할 자신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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