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정확히 10년 만에 라디오에 출연하는 T를 기다리며, 내 마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콩닥콩닥.
10년 동안 거의 듣지 않았던 라디오의 주파수를 찾다가 지지직 소리에 마음 졸이고
안테나를 뜯었다가, 안테나를 벽에 매달았다가 다시 창문 곁에 매달기를 여러번.

에프엠포유 채널이 우리집에서도 정상적으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오의 희망곡”부터 모니터를 시작.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 7시간 전.
인터넷 온에어 창을 띄워놓고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중, 온에어가 라디오로 듣는 것보다 10초씩 느리다는 것을 발견.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하이넷 레코더를 다운받아 시범녹음을 했다가 지우기를 몇 번.
결국 컴에는 온에어 창을, 거실 오디오에는 91.9를 맞춰 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 오후 네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

3부에서는 서태지 씨와 함께하겠다는 배철수 아저씨의 보이스가 톤업 되는 것을 느끼며 내 가슴도 덩달아 벌렁벌렁.
오늘에 맞춰 엠비씨 라디오국 배철수의 음캠 앞으로 도착한, 팬들이 보낸 수많은 택배 선물들.
과일, 화환, 떡, 케잌, 유리 화환, 와인들로 인해 스튜디오 스탭들도 덩달아 벌렁벌렁하는 것을 느끼며..
10년 만에 라디오에 서는 식구를 위해 잔치를 벌이는 심정으로 스튜디오로 떡을 해 보내고, 식혜상자를 보내고,
꽃을 보냈을 팬들의 이쁜 마음 앞에서 눈물이 찔끔. 

내 몸이 전파를 방해하는 것을 느끼고 이리 저리 몸을 옮기던 중 안방과 거실 사이 문기둥이 최적의 장소임을 발견.
안방과 거실 사이 문기둥에 무릎을 쪼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 쉬자, 그 사람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느흐흐흐…”
그제야 터질듯한 두근거림이 서서히 잦아든다. 아아…당신이구나.

“10년 전 자신의 음캠 출연 때 배철수 선배님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았다가 은퇴한 후 미국에서 보곤 했다”는 발언에
10년 전이 생각 나서 가슴이 움찔.

“갈수록 음악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낀다”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은퇴에 대한 질문에,
“그 때는 어려서 나에게 닥친 한계를 너무 크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음악적인 한계가 와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아리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팔뚝 만한 물고기를 보고 무서워서 놀랐다”는 여전한 귀여움에 웃음이 나고.

“고립된 생활이든, 많은 사람의 확대해석과 주목이든….이제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에
아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재 같다고 치켜세우며 ‘The Used’와 ‘Zwan’의 노래를 추천해줄 때, 그의 코드와 나의 코드가 접속되고 있었음을 느끼는 마음에
괜한 이 뿌듯함.

“음악이 무어냐”는 질문에, 윤기가 흐르는 발언을 담아내지 않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웃음을 흘리는 그의 꾸밈 없음에
가슴이 찌릿한다. 

그를 둘러싼 공허한 말잔치와 그에게 덧씌워진 숨막히는 상징들이 싫어서 고개를 돌리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냥 그의 음악이 좋고, 그의 이쁜 웃음이 좋고, 그의 착한 마음 씀씀이가 좋아 13년을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휙 사라져버릴 대중의 소용돌이로 덧칠되는 것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은 모든 반향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의 지혜로움에, 나는 안도한다.
아직도 철없이, 꾸밈없이, “그랬는데요~ 저랬는데요~” 말끝을 올리는 그의 순수함에, 나는 따뜻해진다.

모든 불안과 모든 냉소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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