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워

오늘은 교회 갔다가 집에 와서 거실에 누워 하루 종일 빈둥댔다..
쫑남이 무릎을 베고 누워서,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며, 유선에서 하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봤다.

노희경 작가의 몇몇 드라마는, 드라마를 볼 시간이 별로 없는 내가 유일하게 찾아 보곤 했던 드라마들이다. “거짓말”에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바보 같은 사랑”에서…노희경이 사랑하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면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꽃보다 아름다워”를 몇 번 보면서, 나는 눈물이 날라 치면 괜히 딴지를 걸곤 했다.
영자 아줌마는 저 정도면 행복한 인생이지, 저렇게 엄마를 사랑해주는 자식들이 어디 흔해? 근데 뭘 저렇게 힘들어하고, 구차하고 그런거야? 딴지를 걸면서도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였다.

공부든 일이든 똑부러지게 해내고 성공한 인생이지만, 엄마를 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 불행한 미수가, 처음으로 존재 깊숙이 사랑하게 된 인철이 바로 미수의 오빠를 죽인 인물이란 게 드러났을 때..그리고 인철을 떠나보낼 때도 나는 딴지를 걸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식구를 죽였다 해도, 나는 그 사람을 떠날 수 없어. 왜냐면, 그 사람이 불쌍하니까..사람을 죽이게 된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된 그 사람이, 그가 겪을 고통들이 너무 불쌍하니까 나는 절대 떠날 수가 없다고..어차피 내 식구를 죽인 범인이 누구든 평생 미워하고 살 바엔, 차라리 더 치명적이고 더 고통스런 용서와 극복을 택하겠다고…나는 미수처럼 그렇게 인철을 떠나보내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딴지를 걸면서도 인철을 떠나보내는 미수를 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눈물이 어쩔 수 없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거다.

전부터 치매 증상이 조금씩 보이던 영자 아줌마가 드디어 오늘, 마음이 아프다며 빨간약을 가슴에 발라대는 사고를 쳤을 때도…나는 저 정도면 행복한 인생이지, 남편이 버렸어도, 자식이 어이 없이 죽음을 맞았다 해도, 저렇게 사랑해 주는 식구들이 있는데 저 정도면 행복한 인생이지, 왜 미치고 지랄이야, 나는 딴지를 걸면서 엉엉 울었다.

쫑남이랑 둘이서 눈물 콧물을 훔치면서 그렇게 엉엉 울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그랬다 “가족이란 존재는……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한다. 그 말은 쉬운 말이 아니다. 그 말은 가족이 싫다는 뜻이 아니다…..

 “엄마도 건망증 심한데, 퍼즐 맞추기도 하고, 머리 쓰는 게임도 종종하고 그래!”..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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