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생 훈이 …

어제 새벽 한 시 무렵이었던가.. 훈이한테 문자가 와서 뭔일인가 했더니 “누나 영화마을 연체료 8000원 빨리 갚아”….헉;;;;;;  내가 가평에서 그렇게 심한@.@ 연체를 한 일도 없고, 기억도 안나 어쩌구 하면서 문자를 몇 번 주고받은 후 무심히 음악을 듣고 있는데 문자가 한 번 더 왔다.

“누나 나 서태지 콘서트표 예매해줘. 두 장만, 아니 한 장..”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쪽이 시큰거려 왔다.

어렸을 때… 지나가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은 뭐든 다 사달라고 길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막무가내로 울곤 했던 내동생도 벌써 이십대를 훌쩍 넘겼고, 군대도 제대했다.

내가 그애 나이일 땐 이런 고민 저런 고민 속에서 다 자란 어른인 양 했는데, 왜 걜 보면 난 아직도 한참 어린 아이라는 생각이 들까… 어른들이 중년을 훌쩍 넘긴 자신의 자녀나 동생을 아이취급할 때 그 상투적인 감정에 냉소하곤 했는데, 정작 나도 그렇다니…..

오빠한테나 동생한테나 못해준 건 매한가지인데, 동생을 생각할 때면 오빠를 생각할 때와는 아주 다른 감정들이 몰려온다. 속마음은 어땠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별다른 일 없이 그럭저럭 커 준 오빠와 나랑은 달리 훈이는 특유의 솔직함으로 이런 저런 사고(ㅎㅎ)를 치며 자라났다.

막내라서 엄마의 유난한 사랑을 받았던 아이이기에, 그 애가 엄마를 속상하게 할 때면, 난 자주 “엄마가 지나치게 애를 의식하고, 지나치게 세심하게 반응하니까 애가 그러는 거”라고 소리치곤 했다. 군대가기 며칠 전까지도 그 나이대 아이들(?)이 가지는 이런 저런 객기를 부리며 일을 만들어냈던 훈이는, 군대에서 부모님께 보낸 편지에 오빠와는 달리 순수하고 솔직한 애정표현을 퍼부어서 엄마를 울렸다..(물론 엄마는 오빠를 보내놓고도 많이 우셨지만….-_-)

엄마 아빠 사랑하고 보고싶다는 이런저런 내용들 끝에 쓰여있던  ‘물이 너무 마시고 싶은데, 자주 먹을 수 없어서 목이 마르고, 발이 짓물러서 아프다는’ 뜻의 어눌한 글귀를 보며, 나도 속으로 무척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오빠였다면, 이런 저런 고통은 무심하게 넘겨버렸을 거고, 부모님께 쓰는 편지에 그런 내용은 쓰지 않았을 거다.

엄마 말대로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자식 셋이 어쩜 이렇게 다 다른지 신기할 때가 많다. 오빠는 꽤나 말썽장이었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쭈욱 큰애다운 말없음과 특유의 무심함으로 별다른 일을 벌이지 않고 컸다. 훈이는 자신이 느끼는 힘듦과 고통들을 부모님께 감춤 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었으며, 사흘에 한 번꼴로 학교가기 싫다는 생떼로 집을 뒤집어 놓곤 했다. 셋 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도 제일 좋아해서 외박도 제일 자주 했다. 방학이면 친구들과 텐트를 들고 계곡으로 바닷가로 몰려다니는 그 애를 보면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꽤 신기해하곤 했다.

솔직하고 순진해서 사고도 잘 쳤지만, 엄마 아빠를 감동시키는 일을 제일 많이 한 것도 훈이인 것 같다. 그 애가 군대에 갔을 때는, 같이 몰려다니던 그 망나니 같은(ㅋㅋ) 친구들이 명절 때 우리 집에 선물 같은 걸 들고 찾아와서 엄마를 흐뭇하게 하기도 했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던 스무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명절에 가끔 얼굴 보는 게 전부인 내 동생… 이상하게 나는 가족들에게는 애정표현을 잘 못하겠다. 엄마말대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쫑남이;;;)에게는 별 애교를 다 부리면서 말이다…..

동생을 생각하면, 그 애는 그 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안쓰러워진다…    나 때문에 가기 싫은 춘천으로 중학교를 가면서 힘들어했던 때 생각이 나서 울컥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애는 누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같은 남자인 형과는 어렸을 때부터 온갖 총싸움, 온갖 놀이로 딩굴며 컸지만, 별다른 육체적 교류도 마음의 교류도 없었던 이 누나를 어떻게 볼까….

이번 달 31일… 콘서트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발광하는 누나와 매형 틈에서 함께 소리치고 점프하고 나면, 한 뼘 쯤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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