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같은 시가 맴돈다
나도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간교한 여우도
피를 빠는 흡혈박쥐도
치명적인 독을 가진 뱀도
자기의 애틋함을 전하려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애틋함을 갖는 순간
간교함은 더욱 간교해지고
피는 더욱 진한 피냄새를 풍기며
독은 더욱 독한 독기를 품는다
나도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결국
내가 내게 깊이 취했던 시간이었다
-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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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같은 시가 맴돈다.
내 뜨거움은 더욱 뜨거워지고
내 잔인함은 더욱 잔인해졌던, 그런 시간..
내가 정말 행복했던 시간은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착하게, 나는 둥그렇게, 나는 온유하게, 그렇게 살 수 없다.
내가 그런 옷을 입었을 때는 오직, 내가 아니었을 때뿐이다.
요즘 내가 제일 골몰하고 있는 일은,
어떤 겉옷을 걸쳐야 ‘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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