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며칠 째 임동혁군(^^)의 연주를 듣고 난 파장이 머릿속을 굴러다닌다….

그 무엇에도 감동이 안 되는 메마른 며칠을 보내다가 우연히 듣게 된 그의 피아노 연주가 이토록 마음을 크게 흔들게 되다니…

나는 클래식 이론에 별다른 조예나 교양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대중음악, 그것도 rock음악을 좋아하면서, 현대사회에서 클래식이란 돈있는 집들이나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여겼던 적도 있었다. 어떤 장르든 음악 그 자체가 가진 미덕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클래식계’와 ‘나’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클래식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다른 문제지만…

피아노에 대한 것이라곤
유치원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학원을 다니고 교회 반주나 했던 평범한 경력이 전부이다.

그러니 그의 연주에 대해 전문적인 소견을 들어 뭐라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뛰어난 사람의 힘이 바로 그런게 아닐까.. 그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어느날 갑자기 절실한 감동을
준다는 것….  그리고 그 절실한 감동이 그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분야의 다른 부분
에까지도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

그의 연주는 일단 어린 나이에 신동소리를 듣는 천재들이 으레 그렇듯 화려한 기교를 갖췄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곡해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의 내면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섬세한 감정표현…게다가 감정과잉으로 치닿지 않는 절제력을 지닌 연주였다.

얼마 전, 그가 유럽에서 몇 개의 콩쿨에서 성공한 뒤 퀸 엘리자베스 콩쿨에서 3위 수상을 거부하며 심사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한 일로 한국 언론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일이 있었다. 클래식계에서 콩쿨의 공정성 논란이라는 오래된 문제는 접어두고…

바로 그 콩쿨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연주 동영상을 보는데,
우습게도….. 가슴이 떨려왔다.

콩쿨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빠른 템포설정, 그리고 미스터치가 하나도 없는 완벽한 연주, 그건 지독한 연습의 결과라고 치자.
그의 연주는 분명 그 자신의 고유한 내면을 드러내는 특이한 연주였다.
‘와우 피아노 잘 치네’ 그런 감탄이 아니라, ‘아.. 그는 저런 내면을 가졌구나’ 하는 그런 감탄이 나왔다.

같은 곡인데도 훌륭한 연주자의 연주가 가진 미덕은
연주자가 바로 ‘그 사람’인 데서 나오는 거겠지.

 

우습지만, 10년 전에 피아노 의자속에 던져넣어버리고는 크게 관심갖지 않았던 몇몇 연습곡들이 떠오른다.
가평집에 있는 내 피아노를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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