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온다
어둔 방문을 열 때 몰려오는 건 외로움이 아닌듯싶다.
몰려오는 건 다른게 아니라 부끄러움이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다.
쓸데없이 나이를 먹었다. 세월만큼 자라지 못했다.
혼자가 싫은 건 외로워서도 아니고 심심해서도 아니고
잘 때도 켜고 자야 하는 불빛 아래 드러나는 내 구겨진 모습을 확인하는 게 싫어서이다.
부끄러움이 무섭도록 스며든다.
내 감정에만 매달리는 좁아터진 내 그릇.
나밖에 모르느라 저지른 무례함과 치기를 하나 하나 떠올린다.
혼자일 때 우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나는 아직도 너른 품을 지니지 못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이다.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있으라는 아주 유치한 당부 하나 못지킨다.
그는 나를 너무나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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