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여름’을 보다가

음악 : 영화 O.S.T는 아니고
Maximilian Hecker,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 (J언니 홈에서 업어온거)

오늘은 쉬는 월요일.
간만에 집안일 좀 하고! 어젯밤에 ornus와 함께 봤던 영화 “영원한 여름”을 다시 보다.
지난 부산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대만의 젊은 감독의 영화다. 굳이 말하자면 퀴어요소가 있는 성장영화.

어렸을 때부터 단짝친구인 두 남자.
한 쪽은 한 쪽을 사랑으로 여기고, 한 쪽은 한 쪽을 (집착적인) 우정의 대상으로 여긴다.
둘 사이의 한 여자는 그들 사이를 맴돌다가 그들의 관계성을 확립시켜주기도 하는 존재로.

.. 습기를 머금은 찌는 여름..
대만의 한 시골마을의 파릇한 풍경과 그 속에서 흔들리는 세 젊은이들..
살짝 싸한 기분을 안고 한참 영화를 보면서..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여자친구도 떠오르고.. 그애에게 선물한 음악테잎도 떠오르고..
교복을 입고 걸어가던 춘천의 느릿한 오후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아 시큰하다가..

친구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얼굴이 잡힌 장면 때문에 생각에 빠졌다.
‘이 이상 더 나아가면 관계가 무너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스런 감정’이 담긴 화면.

나는…
‘바라만 봐야 하는 순간’을 가지고 싶지 않아 했다.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져야 하고 갖기 싫은 건 갖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질 수 없는 것도 있고, 더이상 원하지 않아야 되는 것도 있으며, 이 이상 더 나아가선 안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게 된다.
진심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도..
‘솔직함’과 ‘정직함’이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일찍부터 이를 깨닫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외로울 때도 있었다.

.

여름은 어떤 순간에서 멈췄을 때 영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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