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집.

오늘. 드디어 집을 팔았다..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 어떤건지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한편으로는 드디어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는 설레임으로 찌릿했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ornus와 함께 사당역-낙성대역-서울대역 라인의 집을 보러다녔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살던 집이 좋은 집이 아닌 줄 알았다. 비싼집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왠걸. 문을 열면 햇빛이 쨍하고 쏟아지는 우리집은 그야말로 동화속 풍경을 가진 집이었던 거다.

오늘 하루 종일 집을 구하러 다녔는데,
하나 같이 맘에 들지 않았다.
가격이 맘에 들면 인테리어가 완전 암울하고, 인테리어가 맘에 들면 집이 북향이라 어둠의 동굴 같고.
설상가상 남자만 살던 집은 희안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3월 25일까지 집을 못 구하면 나앉는다는-_- 생각에 초조하기까지 한데,
집들이 정말 암울해 주니까, 괜시리 서글퍼졌다.
둘이 같이 손 꽉 잡고 ‘우리 열심히 돈 모으자’ 하고 다짐했다.ㅠ.ㅠ

집이 없다. 물량이 딸린단다. 돈을 아무리 들고와도 우리가 원하는 집은 찾아줄 수 없단다.
사는게 이런거구나. ㅠ.ㅠ

서울대입구역 주거경력 베테랑이신 승천오빠께서 급하게 나와서 이런저런 도움도 주고.
최악의 경우(우리가 3월 25일까지 새집 날짜를 못맞출 경우) 승천이 오빠가 새로 계약한
집에 우리 짐을 들이고, 우리는 친구집을 전전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ㅠ.ㅠ.

아무튼. 내일 하루만 더 구하러 다녀볼 생각이다.
근저당권 말소. 전세권 설정. 확정일자. 하루 종일 어리숙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깐깐하게 구느라,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었다.
나는 오늘 정말로 깐깐하고 무서운 아줌마로 변신해 있었다.
옆에 ornus는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고 말이다. -_-

그래도 3년이나 정들었던 이 따뜻하고 화사한 집에게, 이젠 안녕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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