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마운틴, 에니스..

막상 볼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덜 감동했더랬다..
이건 마치..이미 감동받을 준비, 완전무장 다 하고 영화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오히려 내 옆에서 훌쩍대는 ornus를 보면서 매우 흐믓했단 말이다..
두 번이나 보고 나서도 여전히 눈물을 삼키더라니..

그렇게 보고 돌아왔는데..
..근데..
왜 자꾸…생각나고…자꾸 가슴이 얼얼한 것이더냐..

자꾸 에니스가 떠오른다..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알 것 같다..
평생을 웅얼웅얼…속 시원히 말도 못하고, 가난과 삶과 그리움으로 완전히 눌려있는 그런 사람.
자신의 감정이 뭔지도 모른채 담벼락에 기대 서서 쓰디쓴 구토를 하는 사람..

아유..정말 안쓰러워서..
그런 사람을..알 것 같아서, 정말 명치끝이 찌릿찌릿 한다.

잭은.. 꼭 나 같은 사람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보고싶고 만나고 싶다는 감정이 앞서서 현실을 내다버릴 계획을 세우는 사람.
잭도 안쓰러웠지만, 잭을 생각하면 내모습이 떠올라서 덜 아팠다..

다만 에니스는..
죽었다 깨나도 나는 에니스처럼 가슴속에 묻어두고 그 통증을 견뎌내는 그런 꾹꾹 누르는 사랑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에니스가..더 시리고, 뒤돌아도 자꾸 생각나고, 등 두들겨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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