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이 학교 숙제, 책읽기 등등
아이 학교보내는 일이 아니었다면 어른인 우리는 여기서 이방인으로서 여행하듯 살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알아낼 기회를 얻은 거라 생각한다. 사람이 궁금하고 사회가 궁금한 나로서는 이 모든 일들이 내 호기심을 충족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아이 학교생활에 대해 더 부지런히 기록하고 싶은데 잘 안 되네..-.-
먼저 숙제. 숙제는 월요일에 나눠주는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치씩 해서 금요일에 제출한다. 금요일부터 휴일, 방학에는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여기 학교에서 강조 또 강조하는 것이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공부하세요.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부모님과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관심 가지세요”다. 숙제도 아이와 함께 하게 내준다. (아 난 아이 학교만 가면 지들이 알아서 숙제하게 냅두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봉변이야….) 학교행사도 굉장히 많아서 툭하면 학부모들이 참여해야 하고 준비에도 자원봉사로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가 우스개로 말하는 ‘방목’이라는 내 교육철학이 아이러니한 게 아이교육에 관심이 없어서 생긴 철학이 아니라 아이교육에 굉장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내린 결론인 거다. 방목이란 게 애들이 뭐하고 살든지 나는 관심 끊겠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가 무슨 일을 해결하거나 성취해야 할 때 부모가 결론을 내려주는 걸 최소화하고 동기를 북돋워주거나 과정에서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끌어주는 의미에서 ‘방목’이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 아이의 흥미도,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내 나름대로는 굉장히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여기 학교에서도 부모의 참여를 굉장히 강조하고 선생님이 매일 이메일을 보내서 부모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하는지, 아이교육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지 체크한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제의 양은 굉장히 적고 여기서는 다양한 운동, 특별활동이 중요하고 대학 갈 때도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이나 다양한 활동 쪽으로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이들이 여러가지를 접하면서 자기가 특별히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들끓어오르는 분야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평소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편견 없이 관심 갖고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교과서는 특별히 없다. 연필, 지우개, 공작도구 같은 것도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학교에 있는 걸 사용한다. 가방엔 스낵시간에 먹을 간단한 과일, 스낵 도시락과 물 한 병만 가져간다.
또 하나 학교에서 강조하는 게 책읽기. 여긴 전집을 구입하는 문화는 아니고 단행본으로 보는 문화가 우세한데 도서관에서 한 명당 한번에 100권씩 대출이 가능하다. 우리집만 해도 네 명이 최대로 빌려오면 400권을 빌려오는 거(그럴 일은 없다만)다. 한 달에 한 번씩 독서나무 같은 그림을 집으로 보내는데 하루 몇 분 이상 책을 읽었을 경우에 열매 하나씩 색칠해서 보낸다. 그리고 가끔 어떤 동화책이나 과학책의 저자가 학교를 방문하는데 방문에 앞서 그 책을 몇 권 읽어서 체크하게 한다. 열음이도 이번에 무슨 화산활동에 관한 책을 쓴 저자가 학교에 방문하게 돼서 관련 책을 몇 권 구입했는데 이런 건 시키지 않아도 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이 화산 터지고 쓰나미 몰려오고 지구 폭발하고 우주 빅뱅이나 블랙홀 너무 좋아하심;
아이가 집에 와서 하는 일을 대충 보면 보통 몇 분 이상 ornus나 내가 아이들과 함께 영어책 몇 권 읽어주고, 한국책 몇 권씩 읽는 건 매일 한다. 열음이는 스스로 한국어책은 읽을 수 있으니까 스스로 보기도 하는데 자기 관심분야만 본다. 레고잡지 좋아하고 과학분야는 다 좋아하는데 생물 부분에선 독뱀, 독전갈, 킹코브라 이런 것도 되게 좋아함;; 그리고 매일의 숙제. 이 외의 시간에는 아이가 뭘 하든지 스스로 하게 놔두는데 열음이는 대부분 레고쌓기, 맥포머스로 입체도형 만들기 , 온갖 재료로 만들기를 한다. 은율이는 하루 종일 책 한두권만 들고 집요하게 볼 때도 있고 종일 하나씩 꺼내오고 집어놓고 또 다른 거 꺼내오고 지루함 없이 책을 본다. 하루 종일 장난감 한두가지만 가지고 놀 때도 있다. 그러면서 형이 오면 또 형하고는 극성맞고 다양하게 놀기도 하고. ㅎㅎ 그리고 잘 때 침대에 다같이 누웠을 때 ornus가 꼭 이야기 하나씩을 해 준다. 내가 해 줄 때는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 동화책 이야기를 주로 해주고 ornus가 해줄 때는 화산, 우주, 비행기 뭐 이런 이야기인데 애들이 이런 걸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쪽 분야를 주로 해주게 된다. 아이들은 잠들기전에 이야기 듣는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블랙홀, 웜홀, 빅뱅 이런거 되게 좋아하심.
글로 써놓으니까 굉장히 많은 걸 하는 거 같이 보이는데 ㅋㅋ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제일 많이 하는 게 “그냥 가만히 놔두는 거”다. 아이들이 자기활동에 몰입해 있을 때 분위기 깨지 않는 거. 창고에서 뭘 꺼내와서 만들든지 쓰레기를 가져와서 만들든지 뭔가를 할 때는 하지말라고 터치하지 않는 거. 대신 그만두고 잠 자야 할 시간, 양치해야 할 시간, 간식 먹기 전엔 밥 다 먹기 등등 몇 가지 원칙은 거의 예외 없이 지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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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미국 학교 정말 좋구나. 학교 다니는게 재밌겠다.
역시나 학교 들어가면 엄마가 신경써줘야할게 많구나. 그래도 열음이는 적응 잘해서 엄마도 같이 즐길수 있겠다.
나는 여기서 유치원 보내기 전에 영유아들이 하는 중국무용을 보내려고 일단 등록은 해놨는데 등록 다 해놓고 결재까지 하고나서 시간표를 보니 한 타임에 90분이라서 기절했어. ㅋㅋㅋ 물론 일주일에 딱한번 가는거지만 은근히 걱정중..중간에 나 찾으믄 어떡하나. 중국은 환불도 안해주는데.ㅋㅋ
난 길어봤자 한시간이겠지 막연하게 내 상식으로 암생각 없었는데 역시나 중국인들은..ㅋㅋ
그저..유라가 잘생기거나 예쁜 어른은 아주 잘 따르니 제발 아주 재미있고 잘생긴 선생을 만나서 확 홀리길 바랄뿐.. ㅠ
근데 이 홈피가 문제가 있었니? 며칠간 접속 안되던데..
저도 사실 미국학교를 안 다녀봤으니 가서 뭘 하고 있는지 세세히 알지를 못하는데 열음이가 신기하게 재밌어하네요.. 그리고 애가 전형적인 남자애라서 긴 설명 잘 안 하고 씩씩하게 “재밌었어요!” 하고 마는 스타일이에요. 덕분에 제맘은 편하지요..
중국무용.. 와 재밌겠어요. 저도 애들 무용이나 발레 같이 몸매 선 이쁘게 잡아주는 거 꼭 시키고 싶었거든요.딸이라도 그렇고 아들이라도.. 근데 이놈들이 춤 싫다네요..ㅠ.ㅠ 으이구 이것들아…
아, 내이름이 위에 안 나왔네
지금도 ornus.net/style로 들어오는 분들은 접속 안 된다는 메세지가 뜨거든요. 그 주소를 없앴기 때문에. 그래도 옆에 글목록이나 위에 ornus.net 클릭하면 제대로 들어올 수 있어요. 언니도 계속 접속 안 됐다면 어딜 눌러서 오신 건지 알려주세요~~
계속 접속 안되다가..오늘 우연히 되던데 ㅠ
매번 똑같은 주소로 들어왔는데 우연히 된거..
그동안 http://www.ornus.net으로 들어오셨나보네요. 거기 연결 없애버리고 ornus.net으로 오게 바꿨다고 했거든요. 이젠 둘다 다 되게 해놨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