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밀려났다는 것.

ornus는 또 샌프란 출장중이고 나는 평소처럼 여덟시 반에 애들 재우려고 누웠다가 같이 잠들어서 열두시에 일어나버렸다.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 저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또 그 날이 생각 나서 명치가 답답해진다. 왜 며칠 동안 물에 잠기는 모습을 아무 도움 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걸까. 왜 모두가 구경만 했어야 했던 걸까. 왜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던 걸까. 그 접근금지의 최전선엔 뭐가 있는 걸까. 왜 그날의 의혹은 몇몇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쥐도 새도 없이 사라진 걸까. 그저 사고라면 이보다 더한 것들도 세상에 많지만 이것은 그것들과 다르다. 며칠 간의 사고의 순간만이 명치를 답답하게 하는 게 아니다. 그 이후 대처를 바라보면 이건 지금이 현대사회라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도차 없는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절망감을 몸에 깊게 새겨야 했다. 이 트라우마는 평생 헤쳐가야 할 숙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자식이 죽어가는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평생을 심장 쪼개진 채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생각 나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지금 내가 하는 일 중에 생명을 건강하게 제대로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는 일보다 더 소중한 건 없을 듯해서 이 일에 열중한다. 그리고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원리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ornus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뭐가 있을까. 우린 우스개 반 진담 반으로 천 억을 벌면 뭘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닌 것 같다. 1조가 있어도 10조가 있어도 저 의뭉스런 원리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목청껏 외쳐도 내 목소리가 세상에 닿질 않는다는 절망감보다 더한 절망감이 어디있을까. 지금 내 절망감은 목청껏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당사자들 앞에선 한 줌 먼지조차 되질 않는 절망감인데도 때때로 나는 이 절망감 때문에 통증에 시달린다. 내 목소리도 아무에게도 가닿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쓰디쓰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또한 이럴진대 그들은 어떠할까.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밀려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겁없이 달려왔는데 결국 우리가 알게 된 진실은 우리가 밀려났다는 거다. 아둥바둥 살아도 물려받은 게 없인 서울에서 전셋값 대기도 빠듯한 인생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린 세상이 우리를 밀어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런데도 난 우리를 밀어낸 세상을, 사회를 사랑한다. 그래서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고민한다. 이것만이 나를 밀어낸 세상에 대한 억울함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길 같다.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부터는 상처를 입지도 않는다. 상처입는다는 것은 사랑했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5-04-29 at 오전 12:42

    살아가는 데 우리 자신밖에 아무런 방어막이 없다는 게 외롭고 쓸쓸하다.. 그리고 난 아직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고 이후에 남은 사람들을 감싸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뭘 바라는 건지 허탈하고 외롭고 그래. 아… 외로운 거는 내가 홀로 출장 와서 그런건가보다. 우리 열음이 방학이랑 출장이랑 날짜 맞으면 함께 다니고 그러자.

  2. wisepaper said on 2015-04-29 at 오전 2:06

    나도 이렇게 미친듯한 궁금증을 떨쳐내기가 힘든데 그들이 원하는 건 “왜 내 자식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야 했는지, 그 뿌리를 그 원인을 밝혀달라”는 건데, 무슨 보상금으로 위로금으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 정부나 이제 그 문제 그만 얘기하라고 지친다고 하는 사람들 반응도 다 정부가 뻔히 의도한 거라서 입이 쓰다.

    그리고 나도 자기처럼… 우리 자신밖에 아무런 방어막이 없다는 사실이 외롭고 쓸쓸하다. 그래서 앞을 보고 달려가나봐. 옆이나 주위를 보면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까.

  3. 엽곰 said on 2015-05-06 at 오전 2:36

    걱정마. 니네는 튼튼한 자신들이 있잖어.
    난 튼튼한 지누가 있고.

    • wisepaper said on 2015-05-06 at 오전 3:37

      빵 터졌음. 그래 우리 튼튼한 사람들 믿고 살자. ㅋㅋ 지누씨 보고 있나? 건강해야 된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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