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이란 ..
산호세로 출장 간 ornus는 예전에 삼성 산호에 오피스에 한 달 동안 출장 가서 일할 때 만났던 동료들(지금은 산호세에서 다 다른 회사 다님) 세 명을, 어떤 식당에서 점심 먹다가 다 만났다고 한다-.- 세상에… 세상은 정말 좁구나. 만난김에 저녁 약속 잡고 이런 저런 수다 떨고 와서 아침에 나한테 전화로 얘기 들려주는데 참.. 이래서 사람은 언제 인연이 될지 몰라 항상 좋은맘으로 대해야 하는구나 싶다.
우리가 relocation을 하면서 샌프란 오피스랑 시애틀 두 군데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ornus와 내가 고민끝에 결국 선택한 건 시애틀이다. 산호세-샌프란으로 이어지는 베이지역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수많은 IT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있는 곳이라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곳인데, 뭐랄까 그 복작스럽고 크게 한 탕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살짝 위화감을 주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하기에도 이 쪽이 더 낫고 조금 더 조용하고 쿨한 이미지가 있는 시애틀로 오는 걸 선택하게 됐다. 여기가 본사여서 그런 것도 있고. 미국 전역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곳이 베이지역이라면 2위 지역이 시애틀, 3위가 뉴욕이다. 시애틀도 알고보면 많은 IT기업들과 스타트업들로 복작대는 곳인데 어떤 선입견 때문인지 이상하게 느낌이 좀더 조용하고 차분하다.
ornus가 샌프란이나 산호세로 출장 갈 때는 아마존 샌프란 지사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그 중 ornus가 한국 오피스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낸 지 3년 째 된 사람이 있다. 샌프란 근처 버클리 토박이에 버클리에서 대학 나오고 베이지역에서 스타트업을 작게 하나 성공해서 exit한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 지금 회사로 왔다는 모 씨. 어릴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국인이었다며 ornus 첨 보자마자 ‘강남스타일’ 불러대고 호감을 표시하더니 급기야 이번 출장 때 버클리의 자기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했단다. 스타트업을 하나 성공시켜서 exit한 사람답게 금문교가 바라다보이는 버클리의 비싼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자기동네가 너무나 정이 많이 가고 아름답다며 ornus에게 너도 샌프란 오피스로 오라고, 우리 동네 좋으니까 우리집 옆에 집 사서 살라고 계속 권했다고. 너랑 일하는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우리팀으로 오면 좋겠다고. 도와줄테니 relocation신청하라고. (아니 우리가 시애틀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한 가지 의문은 ornus가 자기처럼 스타트업을 성공했던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월급쟁이가 자기네집 옆집을 살 수 있을 형편이 아니란 걸 상식으로 알텐데 무슨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음..
아무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인들은 사생활 밝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오지랖도 없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람들 사는 게 다 비슷해서 이 사람들도 참견 잘 하고 맘 풀리면 사생활 오픈하고 자기가 써 보고 좋은 건 막 권유하고 비슷하다.
나도 어제 열음이가 몇 년 만에 중이염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내가 남자애들 둘 데리고 온 걸 본 인자하신 간호사님께서 “니네 애들 핸섬하다~ 근데 아들만 둘이니까 이제 딸도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을거야~ 딸 낳아~ 호호호호” 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참.. 근데 기분 나쁜 오지랖이 아니라 정말 기분이 좋아보여서 그냥 산뜻한 기분으로 넘어갔다.
어딜가나 사람이 다 그렇지. 어떻게 보면 여기 사람들이 친해지고 나면 오지랖은 더하다. 그게 꼭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호감을 표시하며 쑥 들어오는 정도가 한국보다 더 클 때도 있다. 그냥 길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도 우리 애들한테 말 걸고 수다 떨려는 사람도 많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국인들 특유의 칭찬 – 뷰리풀, 러블리, 원더풀 같은- 날리며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애 둘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든 어떤 큰 건물의 문을 열어야 할 때 저 멀리서도 달려와서 문 열어주고 붙잡아준다. 신호등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너려고 기다리면 대부분 차들이 멈춰서 먼저 가라고 웃으며 손짓한다. 이건 그냥 몸에 베어 있는 아무 생각없는 매너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저번엔 젊고 잘생긴 친구가 내가 유모차 밀며 문 열기 힘들어보이니까 몇 미터 밖에서 뛰어와 유모차 붙잡아주고 문 열어주고 그 해사한 얼굴로 씽긋 웃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 인사 날려주는데, 아….. ‘애 데리고 나온 아줌마 힘들어보여 영혼없는 매너 좀 발휘한 거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졌다ㅠ.ㅠ 그래 복받은 얼굴은 그렇게 써야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암암.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친절하고 따뜻한 매너를 길러줘야겠다 싶었다. 안그래도 열음인 여기서 그런 인삿말을 하도 많이 들으니까 자기도 상점 같은 데서 뭘 사면서 누군가랑 마주치게 되면 “Have a nice day~” “Have a good night~”은 꼭 한다.
근데 동부에서 온 사람들이 말하길, 확실히 이쪽 사람들이 여유롭고 친절한 거라고. 동부는 쌀쌀맞다고 하더라. 7년 전 뉴욕에선 확실히 무뚝뚝하고 쌀쌀맞은 느낌을 받았다.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기승전뭘로 맺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ornus가 빨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오늘 오는 날이긴 하다;; 혼자서 애 둘 데리고 있는 것도 이젠 할 만하지만 그래도 맘이 허하고 쓸쓸하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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