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정착..

어디에 집을 사서 어떻게 정착해야 될까(아직 여력도 안 되면서.. 그래도 난 항상 미리미리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직 결론이 안 나온다.

여긴 한 번 집 사면 팔기도 어렵고 잘 안 팔리고 세금도 엄청나기 때문에 쉽게 쉽게 팔고 움직이기도 힘든 구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집 살 때 평생 이사 안 가고 살 곳에 집을 산다. 적어도 자녀들 독립시키기 전까지 살 곳으로. 우린 몇 년 후에 우리가 계속 시애틀에 살지도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이런 엄청난 렌트비를 날리며 계속 살아갈 수도 없고 집은 구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은행한테 빌리는 거임.

시애틀 다운타운 북동쪽 도시들 – 벨뷰, 레드몬드, 커클랜드, 이사콰, 사마미쉬 등등- 이 대체로 깨끗하고 분위기 좋고 학군도 괜찮은 곳들인데 우리가 애초에 시작한 곳이 벨뷰라서 벨뷰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니 열음이, 은율이(은율이도 내년엔 열음이랑 같은 학교 유치원으로 가는데) 기껏 적응해놨는데 또 전학시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벨뷰(이스트 벨뷰 말고 웨스트 벨뷰)에 집을 사려니 엄청난 가격의 압박. 호숫가 주변은 뭐 상상도 못하는 가격이고 그나마 조금 저렴한 곳도 비싼 편인데, 내가 언급한 다른 동네에서 깨끗하고 넓은 집을 살 돈으로 벨뷰에선 낡은 집밖에 사지 못한다. 집은 우리 가족의 삶의질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중요한 문제가 아이들 학군인데. 여기서 말하는 학군이란 성적과도 연관이 있지만 꼭 한국에서 말하듯 공부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미국의 부유층들은 대부분 비싼 사립학교를 보내고 공립은 잘 안 보내는 분위기인데, 여기 벨뷰 학교들은 근처 부유층들도 사립 안 보내고 일부러 보낼만큼 명문이다. 공립은 무료다. 미국 전역에 있는 고등학교 순위 중 50위 안에 벨뷰에 있는 세 고등학교가 들어갔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이 학습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운동을 잘 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님 전혀 다른 분야를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겐 아이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잘 발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그 부분 역시 근처 고등학교 중 벨뷰하이가 최고란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저 동네들에도 좋은 고등학교들이 많은데 그 학교들이 조금씩 치우친 프로그램(과학 특성화, 영재 프로그램 등등)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벨뷰하이가 좀더 무난하고 다양한 편이라고.

여긴 고등학교 때 대학교 학점을 미리 듣고 논문도 써서 점수를 인정받는  AP 프로그램이나 운동, 특별활동, 과학 특성화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여겨진다. 내부 속사정을 모르면 여기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학교 점수(10점 만점)만 보고 학교를 판단하기가 쉬운데 더 중요한 건 그 점수뿐만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더 갖고 있느냐다. 벨뷰하이가 보통 말하는 학교점수로는 근처 다른 명문들에 비해 높지가 않은데 그 이유는 여기 주위에서 벨뷰하이에만 유일하게 ESL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갓 이주해 온 학생들과 점수가 합산돼서 그런 현상을 보인다고. 내부 프로그램을 보면 여기가 오래된 학교라서 노하우도 많고 갖춰진 부분이 많은가보다.

여기 대학입시는 무조건 SAT점수가 높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계속 도전해서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만든 학생의 경우 왜 자신의 역량을 다른 분야에 쏟지 않고 수치로 환산되는 점수에 매달리는지 문제돼서 오히려 입학에 불리할 정도로 다른 활동들이 중요하다. 공부로만 뽑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이고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개별 존재들마다 무수히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성취를 보여줄 분야가 여러 곳 있는 게 더 좋다고 본다. 머리는 더 아프겠지만. 아이들이 학습에만 몰두해서 바늘구멍 같은 곳으로 머리를 집어넣어야만 하는 것보단 낫다고..

 

여긴 노는 아이들도 많고 운동에 집중하는 아이도 많고 그런데 어떤 특정 분야에 흥미도를 보일 경우에 해야 하는 양과 쏟아야 할 몰입도가 상상초월이다. 예컨대 공부에 엄청난 흥미를 보이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엔 한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록 고등학교 때 미친듯이 한다. 대학교 학점도 미리 따서 입학 때 어필해야 하고, 학습적인 부분으로 파고 들려면 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릴 때 기초체력 길러놓지 않으면 따라 갈 수가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걸 받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부 이외 운동이나 다른 분야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이들이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성취해낼 분야가 다양하고 먹고 살 길도 다양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다양한 성향과 흥미를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동네에서 정착을 해야 하는데.. 신중하게 천천히 살면서 더 알아보면 의외로 더 알찬 곳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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