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친구집, 아이들의 언어
열음이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뿌리가 되는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전통게임을 하는 ‘Multicultural Night’이란 행사가 있는데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온가족이 거기 다녀왔다가 친구 가족이 생겼다.
한국에서 벨뷰로 온 지 6년쯤 된 한국인 가족. 아빠 직업도 비슷. 여기서 만나는 한국사람들 직업이 사업하는 거 아니면 거의 비슷하다. 벨뷰 근처에 Microsoft가 있어서. 그집은 아들만 셋. 남자애만 둘 데리고 온 나를 보자마자 그 쪽 부부도 우리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고 우리도 마찬가지. “아… 너네도….;;;;(뒷말 생략)” 하는 눈빛으로 이것저것 수다 떨다보니 그집 막내아들은 은율이랑 동갑, 둘째는 열음이랑 같은 학년, 첫째는 4학년.. 아이들 내잇대까지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그래서 그 이후로 최근 한두번씩 만나면서 같이 노는데 어제는 그 쪽 집으로 가서 애들 뒷마당 트램폴린에 풀어놓고 저렇게 놀게 했다.
우리집 남쪽 거실창으로 바로 보이는 나무숲 울창한 주택가에 있는 단독주택인데.. 저기 나무들이 저렇게 오래됐다. 빌딩숲 다운타운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인 곳에 저렇게 오래된 숲속 주택가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여긴 집들도 오래돼서 대부분 1950-1960년대에 지어진 집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이 동네 집값이 말도 못하게 올랐다. 역시 시기를 잘 타서 집을 사야하는구나.
이집은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 미국으로 왔는데 당연히 부모도 한국말 쓰고 집에서 한국말로 했는데도 지금은 세 아이들이 대화할 땐 영어로만 대화한다. 그래서 한국말이 자꾸 쇠퇴해서 아쉬워했는데 열음이 은율이가 놀러가니까 애들이 3분의 1은 한국말로, 3분의 2는 영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우리 아이들과 놀면 한국어 금방 늘겠다”고 했더니, 엄마왈 아니란다. 자기도 그럴 줄 알았는데 몇 번 이런 경우를 경험해보니, 새로 한국에서 온 집 애들의 영어만 늘고(그러니까 모든 아이들이 점점 더 영어로만 대화하고) 아이들의 한국어가 다같이 쇠퇴하는 방향으로 간단다-.-;;;;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나로선 안타깝기도 하고 와닿지가 않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써야 학교에서도 살아남고 영어가 다급하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도 영어만 쓰려 하고 한국어는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에 결국은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는 거다. 엄마아빠가 정말 미친듯이 공부시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말 까먹는 건 당연한 수순이란다. 한국어를 쓰게 하려는 엄마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흠.. 쉽지 않겠구나 싶다. 많이 노력해야 겠다.
열음이처럼 한국에서 한글까지 떼고 온 나잇대이면 계속 한국어책 읽게 해서 지금 이 수준으로 유지만 해줘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이해가 간다.
지금은 열음이는 오히려 영어가 안 되니까 같은 나잇대 친구들의 영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까지 그 부분이 문제인데… 몇 년 지나면 그 때는 한국어를 거의 안 쓰게 되는 게 문제가 되는 셈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아이들이 한국어가 뿌리에 있기 때문에 나이들어서 배워도 금방 익히고 금방 따라가긴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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