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열음, 주택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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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 같은 소리지만 열음이 웃을 땐 진짜 레몬 터지는 느낌이다. 상큼상큼. 근데 새로 나는 이가 삐뚤빼뚤 희한하게 나고 있어서 나중에 치아교정 꼭 해야 함.

친해진 한국인 부부집에 놀러갔더니 열음이 얼굴을 유심히 보며 “음.. 얘 외모가 신기하네..” 하는 눈빛이다. 맞다. 애가 키가 크고 우리집 분위기랑 뭔가 다르게 생긴 분위기가 있어서 세심한 사람은 거의들 그런 눈으로 본다. “엄마 아빤 쌍커풀 없는데 아들은 왜 있는 거야?” 사심없이 묻는 질문에 친구 부부랑 얘기도 잘 통하고 좋은 사람들 같아 열음이의 뿌리에 대해 얘기해주면, “여기 주변엔 그런 경우(주로 백인 부모에 동양인 아이들) 꽤 있어~”  하며 so cool~ 하게 받아들인다. 여긴 이것 말고도 워낙 다양한 형태의 가정들이 있으니까.

이런 질문에 아무말 없이 입다물고 있는 건 열음이에게도 안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린 말 통할 만한 사람 같으면 그냥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열음이의 뿌리를 쉬쉬하는 건 열음이의 정체성 형성에 오히려 안좋다고 보기 때문에. 열음이 스스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은율이하고 놀다가 “은율이 너는 엄마 아빠가 하나지? 난 둘씩 둘씩 있다~” 이런다. 이건 마치 “넌 포도를 좋아하니? 난 사과도 좋아하고 오렌지도 좋아한다~” 그냥 이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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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이라도 부모끼리 주말마다 서로 왕래하며 애들 돌보는 가정도 있고, 백인+한국인 조합에 혼혈인 아이들 가정도 있고 흑인+아시안 조합에 혼혈인 아이들 가정도 있고, 이런 저런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흔하게 보는 이곳에서 열음이 은율이도 우리 가정이 특이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자라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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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부네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 우리도 이 동네에 적당한 집이 나오면 사야 되나 하는 마음으로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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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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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뷰 다운타운이랑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데 여긴 조용하고 평화롭고.. 다른 세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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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음인 여기서 또 금방 새로운 아이를 만나서 야구하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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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이 쪼그리고 앉아서 레이니어 산 만든다고……ㅋㅋ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05-11 at 오전 11:39

    열음이가 학교에 다니니 어른들도 친구를 사귈수 있는 여건이 좀더 쉽겠구나. 난 외국생활 하면서 ‘내 성격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비사교적인지’ 깨달았어. 한국에 있을땐 단체에 소속되면 친구가 저절로 생겼었으니..
    여기선 공감대 맞는 사람 찾기도 어렵고,,,내가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라서 유라 낳기 전 그리고 유라 두돌 전까진 그닥 절실하게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남편과 베프하는거로 만족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유라가 커가니 폐쇄적 생활이 얘한테 안좋을거같고.,그래서 억지로라도 더 사람 교류하려고 더 나다니고, 생전 안해봤고 가장 혐오하던 교류방식-남의집 급습- 까지 하는데 유라도 나랑 김대교를 닮았는지 사교적이진 않음ㅋㅋ

    근데,,전에 사진에서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은율이는 책을 그냥 그림을 보고있는거야? 글자를 아는거야?
    유라는 한번씩 책장을 넘기며 그림들 오래 감상하거든…책을 넘기며 그림들 보며 뭔생각하나 의하하지 난.
    책을 나한테 가져와서 읽어달라 조르고 어쩔때는 몇시간이고 이책 저책 다 읽어달라하고,,자기 혼자 글자도 모르면서 계속 보기도 하고..어떤 책은 글자도 모르면서 내용 다 외우고.
    암튼 나는 얘가 친구들이랑 뛰어노는걸 더 좋아했음 좋겠는데 너무 이런게 맘에 안들지만 걍 냅두고는 있는데.

    하여간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은율이가 소파에 박혀서 책보는 모습이 유라를 떠올리게해서 해본 말.. ㅋㅋ
    너무 귀엽다 은율이

    • wisepaper said on 2015-05-11 at 오후 12:27

      은율이 글자 몰라요. 제가 가르친 적도 없고. 보통 엄마들이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주면 애들이 문장 통째로 글자를 외우면서 익힌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애들이 그림에 집중 안 하고 글자를 주로 보게 돼서 좀 그렇대요.. 7살 이전엔 그림을 보는 게 더 좋다고.. 은율이도 유라처럼 그림 보면서 이것저것 상상하고 조잘대고, 또 제가 읽어준 내용을 아니까 그거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혼자 만들어서 중얼중얼대기도 하고 그래요. 유라랑 비슷하네요. ㅎㅎ 그림 보면서 머릿속에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나 봐요. 뭐라고 주절주절 그러면서 봐요.

      또 친구들하고 밖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뛰어놀게도 되고.. 유라도 이제 유치원도 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럴 거에요.

      저도 굳이 가족 외에 다른 친구를 만들러 나가는 성격은 아니에요. 전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이기도 하고. 근데도 아이 때문에 공적 활동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또 만나는 사람이 생기네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 마음 열고 다가오는 사람도 많고 그 중 좋은 사람도 꽤 있네요.. 언니도 유라 유치원 가고 그러면 아마도 만나는 사람이 생길 거에요..

      근데 외국생활이란 게.. 특히 여기 미국은 가족들이 애들 영어 때문에 1년 연수하러 왔다 가는 경우도 많고 교환교수로 오는 가족도 있고 주재원으로 오는 가족도 있고 그런데.. 저나 이번에 사귄 친구 부부 가족처럼 오래 살려고 온 사람들 같은 경우는 그런 사람들과 사귈 경우… 헤어질 때 섭섭함도 있고 아쉽기도 하고 그런가봐요. 그렇게 몇 번 맘 열었다가 결국엔 아주 살러 오는 사람 아니면 맘 안 열고 일부러 안 만나기도 하고 그러나봐요. 저도 이해가 가는 점도 있긴 하구요.. 너무 노력해서 만나다가는 또 나의 기대와 상대의 기대가 안 맞을 경우는 상처입기도 하고 그렇게 되겠죠. 근데 뭐 또 그게 사람 사는 일이니까. 저는 그냥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고.. 대신 함께 지낼 땐 또 재밌게, 숨기는 거 없이 마음 열고 솔직하게 그렇게 지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언니의 긴 리플은 전 언제나 재밌고 같이 외국생활하는 처지에서 수다 떠는 기분도 나고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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