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를 추모라 말 못하는..
김성규, <Kontrol>
록밴드 ‘넬’의 김종완이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한 성규의 솔로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성규랑 우현이 목소리가 굉장히 다른데 인피니트 내에서 메인보컬로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초창기 무렵 <Stay>나 <고양이>, <백색왜성> 시절의 넬 음악 스타일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번 성규의 솔로앨범에서 그 때 느낀 정서가 물씬 나면서 록밴드로는 할 수 없었던 스타일을 녹여낸듯하다. 전곡이 다 좋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센스 있게 잘 찍어서 예전부터 이름을 기억해둔 황수아 감독 작품. 뮤비 속에서 성규가 손잡고 있는 여자가 연인 느낌이 아니라 소녀, 여동생 느낌이다 싶었는데, 내 기분이 맞았던 것 같다.
바다, 어항, 물고기, 진도 여인숙… 학생, 소녀.. 세월호를 떠오르게 하는 키워드들. 잃어버린 여학생. 동생. 물론 해석은 열려 있다.
지난 세월호 사건 때 방송된 ‘추적 60분’에서 실종된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여학생의 방이 나온 적이 있었다. 소녀의 방 한쪽 벽에 빼곡히 붙여 있었던 인피니트의 얼굴들. 수학여행 다녀오고 나면 곧 인피니트가 <라스트 로미오>로 컴백하려던 시기라, 오빠들을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은 들떴을 텐데.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캡쳐화면을 보고 마치 내가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저 소녀가 된듯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많이 아팠었다.
추모의 의미로 부른 <Can You Smile>,우현 직캠
추적 60분 그 소녀의 이야기는 트위터를 통해 인피니트에게도 전달되고.. 특히 우현은 트위터속 팬들의 멘션 하나하나 늘 살펴보며 피드백하고 그러는데. 그 이후 행사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이 노래를 불렀다.
그날의 모든 이들을 위해, 소녀를 위해 부르는 노래. 시종일관 고개 숙이고 눈감고 부르는 우현의 파트 “내가 가라잖아 난 괜찮다잖아. 마지막 너에게 난 이것밖에 못주나봐”.. 정말 줄 것이 마지막 이 노래밖에 없다는 회한을 담은 몸짓.
그럼에도 보도자료를 보니 성규의 저 뮤비를 포함한 이것들이 그 소녀를 위한, 그날을 위한 추모라는 말은 애써 피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마케팅으로 여겨질까 우려되기도 하고 나라가 이 추모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요상한 분위기 때문에 신중하려는 것일 테다. 추모를 추모라 하지 못하고.. 슬픔을 슬픔이라 하지 못하고.
이 노래를 이 몸짓을 소녀가 하늘에서 꼭 봐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사랑했던 이들이 널 기억한다는 걸 알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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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정말 너무 슬프다. 노래는 안 들어봤지만
아.. 중국이라 유튜브 아직도 못 보나요? 우회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성규의 저 노래는 다른 포털에서 꼭 찾아서 들어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소녀를 위한 추모를 이런 형식으로 노래에 담을 수도 있구나 싶고, 음악적으로도 휼륭하고 뮤비도.. 마음이 진짜 쿵하네요..
ㅋㅋ 이때 나 니 홈에 있는 글들 ‘마이우현’ 폴더 빼고 다 읽었었는데 유일하게 여기에 댓글 달았네.
근데 성규 뮤비,,아,,역시나, 귀여운 동네 오빠다 ㅋㅋ 연기는 발연기네. 저 어색한 연기도 귀여워.(본인은 스스로 연기 잘했다고 엄청 자랑하셨었지만)
근데 뮤비 속 옷들이 다 성규 사복일텐데, 성규 옷 스타일들이 내가 좋아하는 여자옷의 남자 버전인 듯.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언니 너무 웃겨요..마이우현 폴더 빼고 다 읽던 시기 ㅋㅋㅋ 발연기 ㅋㅋㅋㅋ